매일신문

[야고부] 두 얼굴의 원자재 가격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농심은 올해 1분기 매출액 8천604억 원, 영업이익 6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85.8% 증가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이다. 오뚜기도 1분기 매출(8천567억8천400만 원)이 전년 동기보다 15.4%, 영업이익(653억7천100만 원)은 10.7% 늘어났다. 라면 업계가 지난 2년 동안 밀가루·식용 유지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우려하면서 3차례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것을 기억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충격적이다. 왠지 속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톤당 419달러였던 밀 가격은 올해 5월 229달러로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콩기름 재료인 대두, 가공식품 원료인 옥수수 가격도 14~18% 하락했다. 식품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때는 이를 빌미로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린 뒤,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소비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력 상품인 동원참치와 조미김 가격을 올린 동원F&B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신장률이 매출 신장률 14%의 2배가 넘는 34.7%였다. 롯데웰푸드도 올해 초부터 빙과류와 과자류 등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린 덕분에 매출 신장률 4.1%보다 높은 영업이익 신장률 36.5%를 기록했다. 반면에 다른 라면 업체보다 늦게 가격을 올린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2천455억 원)은 2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결국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빨리 많이 올린 기업일수록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셈이다. 이러니 '소비자는 봉'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소맥·옥수수 같은 원자재를 사들여 식품 업체에 납품하는 삼양사 역시 지난해 식품 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인 1조4천918억 원을 기록했다. 삼양사는 지난해 밀가루 가격은 전년 대비 46%(톤당 74만2천 원) 인상하고, 설탕과 전분당 가격은 각각 22% 및 29% 올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소비자 가격을 폭등시키지만, 원자재 가격 폭락에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소비자를 위한 '원자잿값 연동제'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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