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최악의 교통오지에서 국제도시 꿈꾸는 울릉

경북부 배형욱

경북부 배형욱 기자
경북부 배형욱 기자

경북 울릉군 주민들은 요즘 모였다 하면 비행기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최근 큰 엔진 소리를 내며 섬을 한 바퀴 돌고 간 여객기가 정말 육지와 울릉을 이어줄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이다. 이 여객기가 아니더라도 울릉공항 개항 이후 여객기가 뜬다면 섬과 육지의 거리가 1시간 이내로 좁아지기에 한 울릉 주민은 개항하는 그날을 "소원 성취의 날"이라고 말한다.

울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교통 오지였다.

국내 어느 섬이라도 웬만한 악천후가 아니라면 배나 비행기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쪽 유일하게 주민이 거주하는 울릉도는 파도가 조금만 높이 쳐도 단 하나의 교통수단인 뱃길이 끊겼다.

1년에 5개월은 뱃길이 끊겨 섬에 갇혀야 하고, 배가 뜬다고 해도 약 4시간이 걸리다 보니 사실상 외국이나 다름없었다.

이렇다 보니 울릉 주민들은 정부에 "여기가 한국이냐. 우리를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는 거냐"며 교통수단에 대한 불만을 성토해 왔다.

그랬던 육지와 울릉도의 교통은 2021년 9월 이후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울릉크루즈가 거짓말처럼 1천200명을 태울 수 있는 2만 톤(t)급 카페리선을 가져와 포항~울릉 항로 운항을 시작하더니, 비슷한 규모의 카페리선 한 척이 이듬해 울진~울릉 항로에 떴다.

300~600t급의 소형 여객선이 다니던 길을 대형 카페리선이 다니기 시작하자 울릉 주민들은 "숙원을 풀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배들은 육지~울릉 항로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정도가 아니면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교통수단임을 증명했다.

뱃길이 안정화되자 먼저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울릉 관광객은 40만 명 안팎을 기록해 왔고, 코로나19로 주춤하긴 했어도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 관광객 26만 명을 찍으며 대폭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세운 역대 최대 관광객 46만 명을 크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뱃길의 변화로 이처럼 달라졌는데 2026년 공항이 완공돼 여객기가 뜨고, 나아가 국제 운항까지 가능해진다면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울릉에 불 것임은 자명하다.

이처럼 장밋빛 미래의 울릉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울릉군의 숙박 시설은 280여 곳에 불과해 평일 5천 명, 주말 1만5천 명의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어렵게 숙소에 들어간다고 해도 모텔 비용에 '시가'가 있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더군다나 식사 비용은 육지의 2~3배에 달하고, 이 비용을 내고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 2명이 식당에 가면 "단체 관광객만 받는다"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울릉 관광' 관련 기사에는 "바가지 동네, 다시는 가기 싫다"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이것들 외에도 울퉁불퉁한 도로, 턱없이 부족한 주차 시설,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인 상하수도 처리 시설 등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지난 15일 울릉도를 선회하는 소형 항공기에 오르기 전 잔뜩 상기된 얼굴로 "울릉을 세계 속에 내놓을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울릉이 지금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모두 벗고 손님들에게 한국의 가장 멋진 섬으로 기억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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