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글로벌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구축하고 중동 해외직구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다음날인 11일 강신호 대표가 두바이에 위치한 현지법인 CJ ICM을 방문해 경영현안을 점검하는 등 중동 물류시장에서 속도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사우디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동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다. 외상거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중동은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고 전자상거래 시장도 성장이 어려웠다.
그러나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신용카드가 보편화되고 인터넷·모바일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은 중동의 이커머스 시장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약 11.5% 이상 성장하고, 사우디가 이 중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체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당일·익일배송 등 배송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 예정인 사우디 GDC가 중동시장 공략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사우디에 첫 전자상거래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시장 선점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 GDC 구축에 앞서 고객사인 아이허브와의 8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며 현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아이허브의 미리에 창(Miriee Chang)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사우디는 아이허브의 Top5 시장"이라고 직접 언급할 만큼 규모도 크다.
현지 내수시장으로도 상품 반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GDC에 보관된 상품을 국내로 반입할 수 없는 한국과는 달리, 규제로 인한 제약요인이 없어 시장 공략이 용이하다. 사우디 소비자들은 자국 내에 위치한 GDC에서 상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기존 해외직구의 가장 큰 단점인 교환·반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우디가 석유 중심 산업구조 탈피를 위해 추진중인 경제개혁정책도 기회가 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중심 산업구조 탈피를 위해 내세운 '비전 2030'의 7대 사업 중 하나로 "국제무역과 교통 허브 국가를 건설하고, 물류성과지수를 세계 25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리야드 공항 일대에 300만㎡ 규모로 통합물류특구(SILZ)를 조성했다. 현재 애플이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의 GDC도 내년 하반기에 들어설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에서는 이번 GDC 투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GDC 사업협약 체결식에는 마지드 알 카사비(Majid Al Kasabi) 상무부 장관을 비롯, 사우디 정부와 민간항공청 주요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미디어부 장관도 겸직하고 있는 카사비 장관은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도 동행했던 핵심 측근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자국민 고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사우디인 고용 비율에 따라 등급을 5개로 세분화하고, 이에 따라 비자·워크퍼밋 등 실제 기업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GDC 1개를 유치할 경우 300명의 고용창출, 연간 1천억원 대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우디 정부가 적극적으로 GDC 유치에 나서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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