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는 태양이고, 나머지는 어디까지나 그 아래다.'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앞서 시리즈 책이 합스부르크, 부르봉, 영국 역사를 담았다면 이번은 러시아다. 비극적 결말로도 널리 알려진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흥망성쇠를 명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역사적으로 합스부르크, 부르봉, 로마노프만큼 세계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유럽 왕조는 없다. 하지만 로마노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냈는지는 아쉽게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진 않다. 나폴레옹의 실각 뒤엔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1세가 있었고 예카테리나 대제는 루이 16세를 돕기 위해 반혁명파를 뒤에서 은밀히 지원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사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유럽은 러시아를 아시아로 본 반면 아시아는 러시아를 유럽으로 봤기에 서로를 낯설게 생각했던 탓이다. 우리에겐 지정학적으로 이웃에게 위치함에도 멀게만 느껴졌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로마노프 왕조도 어느 왕조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투쟁과 반목이 있었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군주들은 고뇌한다. 러시아 특유의 잔혹한 면도 볼 수 있다. 남동생이 누나를, 남편이 아내를 유폐하거나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이룩한 피의 역사도 있다.
책은 로마노프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알려준다. 여기에 러시아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있다. 그렇기에 읽다 보면 자연스레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와 함께 명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일석이조다.
저자 나카노 교코에게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동안 역사와 미술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가가기를 주저했더라도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유럽사의 흐름을 금세 익힌다.
책장을 덮었을 땐 러시아가 더 이상 낯선 미지의 나라가 아닌 더 알고 싶은 나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27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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