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갔다. 책 표지만 보면 밝은 느낌을 주지만 책의 첫 문장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부터 시작된다. 첫 문장부터 시작되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 죽음을 시니컬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딸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속 나는 빨치산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아버지는 스스로 사회주의를 선택했지만 그의 딸 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고 평생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동안 단절되어 있던 아버지를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을 맞이하면서 지난날을 추억하게 된다.
아리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사회주의자·유물론자이며, 빨치산이란 낙인으로 친척들의 원망을 묵묵히 들으며 살아온 아버지이다. 그런 아버지를 주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다. 그 이유는 "사람이 오죽허먼 그러겠냐."라는 십팔번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남의 사정까지 헤아리는 오지랖 넓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례식장에는 많은 조문객이 다녀간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조문객들의 일화를 통해 비극적인 삶 속에서 고통스럽지만 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딸의 시선에서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게 되고 '빨치산 아버지'가 아닌 '인간 고상욱'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좌우 대립이라는 다소 무거운 역사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사상, 종교, 세대를 떠나 "오죽허먼", "긍께 사람이제." 라는 이 두 마디로 아버지의 가치관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나와 가치관, 성격 등이 다르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는 순간이 있다. 소설 속 아버지처럼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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