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칸 앞잘 아흐메드의 인도는 지금]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범아시아의 한국과 인도 ⑤

한국과 인도는 올해가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해인 만큼 이번 5월 역시 중요한 달이다. 먼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인도 방문에 이어 이달 초에 인도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이 한국을 찾아와 양국 고위급 간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 소통과 협력을 더 강화시켰다.

특히 인도 재무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의 대규모 내수시장, 제조업, 재생에너지, 인프라, 의약품, 식품가공 등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도 정부의 지원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인도 재무장관의 한국 방문 이외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 모디 총리와 최초로 공식적으로 만났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정상회담까지 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인도정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인도정부

◆한·인도 수교 50주년, 양 정상 간의 첫 대면

일본 히로시마에서 이루어진 G7 정상회의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은 이래 양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이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두 정상이 나란히 앉는 자리를 가졌다. 이 때문에 두 정상 간에 교류의 분위기가 훨씬 원활해졌고 대화의 질도 더 향상되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지역 전략, 쿼드(Quad) 플러스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정세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리고 양쪽 정상은 다가오는 9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 간 회담이 끝난 후 윤석열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처음으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인도 총리와 따뜻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였다.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양국 공통적인 가치와 뿌리 깊은 문화적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한 사진을 올리며 한국어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IT, 혁신,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 산업 부문의 협력 강화 방안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통상 협력 및 국방 협력 강화도 논의했습니다"라고 표명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서로 따뜻한 마음과 높은 만족감을 교환하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면 아시아의 질서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인도는 동일한 아시아 국가이지만 범아시아 개념에서는 위상이 같지는 않다.

이것은 20세기 초쯤에 형성되었던 일본 중심의 범아시아주의의 영향에 기인한다. 현재는 아시아의 질서가 중국 중심의 범아시아 형태로 치우쳐 갈지 몰라도 한국과 인도는 충분히 새로운 역사를 개척해 긍정적인 범아시아의 장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

이번 히로시마에서는 G7 정상회의와 함께 쿼드 회의도 진행되었다. 쿼드 회원국(미국, 일본, 호주, 인도)들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5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에 500억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인프라를 개선하기로 했다. 쿼드의 전략은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지향하는 것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향후 한국이 쿼드 플러스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의 쿼드 회의는 내년에 인도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 회의에서 한국이 쿼드 플러스로 참여하게 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외교 면에서도 인도와의 교류가 더 튼튼하고 깊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과 인도는 우열(優劣)의 관계가 아닌, 서로 위상이 동등한 범아시아 국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5월이 두 나라에 중요한 달이 되는 또 다른 이유를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번 달부터 경상북도가 인도와의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인도 정부와 경북도 간의 우호적 협력 및 교류 활성화를 논의하고 있다._주한 인도대사관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인도 정부와 경북도 간의 우호적 협력 및 교류 활성화를 논의하고 있다._주한 인도대사관

◆인도와 경북도 간의 우호적 협력 및 교류 활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인도·한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주한인도대사인 아밋 쿠마르를 경북도청에 초대하여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확대시켰다. 그는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경북도와 인도의 새로운 교류 원년으로 삼고,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적 교류를 넘어 외국인 우수인력 초청, 유학생 유치 및 전통문화 교류 등 다방면의 우호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한 후 즉시 인도를 방문했다. 그리고 인도의 최대 인구를 가진 U.P.주의 주정부와 경북도 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경북도는 5월 22일 인도 U.P.주에서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 총리와 만나 상호교류 협약을 맺었다.

이철우 도지사는 특히 지역의 대학을 살리기 위해 인도의 유학생과 인재 유치 협약을 맺는 등 이른 시일 안에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인도의 명문대인 델리대에서 특강을 하는가 하면 네루대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경북은 인도와 오래전부터 문화역사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대한민국의 성장 스토리에는 새마을운동의 기반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5월이 한국과 인도에 있어서 매우 뜻깊은 달인 마지막 이유는 정신문화와 역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인도의 시성 타고르와 석가모니 부처는 모두 5월에 태어났다. 석가모니의 이상주의적인 삶과 교육(법)이 2천 년 전, 인도에서 한반도에 들어와 한국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인도의 시성으로 불리는 타고르는 일제 암흑기에 한국인에게 동질감과 용기를 준 '동방의 빛'이라고 하는 메시지 형식의 짧은 시를 보내기도 했다.

이 시는 1929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제목 없이
이 시는 1929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제목 없이 '동방의 빛'으로 실려 있다.

이 시에서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빛'으로 표현한 후, 한국의 도움으로 그 빛이 아시아 전역에 다시 켜지는 날을 기다리겠다는 희망을 표현했다. 사실상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으면서 불교 국가보다는 힌두교 국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당시 고고학자의 발굴로 인해 인도 곳곳에서 가장 오래된 출토 유물들은 대부분 불교와 관련된 것들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당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날란다대가 출토된 시기이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인 가야의 보디사원이 발견된 시기이기도 했다.

◆인도·한국 불교 문헌 교류 중요시돼야

이 시기는 '왕오천축국전'의 저자인 혜초 스님이 곧 한반도 사람이었음이 밝혀진 때였다. 타고르는 혜초 스님의 업적을 밝힌 일본의 연구자와 친분이 있었으며, 그를 통해서 한국이 불교문화를 많이 보존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타고르는 이 과정을 통해서 한국을 이해했고, 한국과 인도 사이의 연결 고리를 불교로 보고 '동방의 빛'이라는 문학적 표현을 통해 한국에 감사하며 두 민족 간 소통과 교류를 기대했던 것이다.

타고르의 행적을 보면 미래에 한국이 인도의 불교 문화사를 복원하는 데 일조해 줄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불교 문헌이 중요하듯이 한국의 불교 문헌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5월에 이루어진 많은 정치적, 경상적, 교육적 교류와 함께 인도·한국의 불교 문헌 교류 또한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이 오직 불교 사절단을 인도에 보내 성지를 순례하게 해왔다. 그러나 이보다는 한국 측에서 불교의 귀중한 문헌을 번역하여 인도에 공유해 주면 한국과 인도는 정신적으로 더욱더 든든하고 영원한 동반자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afz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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