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경북 봉화군 산자락에 신나는 민요 가락이 울려퍼지고 있다. 7년 전 동네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처음에는 충청도, 지금은 경북 봉화에 자리잡고 요양원이나 노인 보호시설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민요로 흥을 전하고 있다. '민요 듀오'로 활동 중인 도상호(72)·한원태(70) 씨를 만나봤다.
도 씨는 젊은 시절 여러 사업을 해 왔던 자영업자였고, 한 씨는 은행에서 청원경찰로 36년 이상 근무했다가 은퇴했다.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7년 전 동네 주민센터의 민요교실이었다.
"저와 형님 둘 다 충남 아산시에 가족이 있어요. 동네를 산책하던 중에 주민센터에서 민요를 배울 사람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봤죠. 예전부터 소리를 배우고 싶기도 했던 터라 '잘 됐다' 싶어 수업에 들어가보니 형님이 계시더라고요. 형님은 1년 전부터 소리를 배우고 계셨었어요."(한원태)
"저도 민요에 관심이 많아서 수강하고 있었는데, 민요반에 남자 수강생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 와중에 저랑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들어오니 반가웠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성격이나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단짝이 됐죠."(도상호)
두 사람이 말하는 민요의 매력은 '가사에 묻어나는 삶의 애환'이라고 말한다. 삶이 가진 여러 모습들을 민요의 가사가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 민요를 배운 두 사람은 이를 이용해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구상했고 그것이 바로 요양원이나 주간 노인보호시설 등에서 민요 공연을 펼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충북 괴산군에서 시작해서 충북지역 일대에서만 5년동안 1천200회 가량의 봉사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한 결과물이었다. 두 사람은 "어르신들 앞에서 '아리랑'으로 시작해 간단한 마술과 웃음치료 방법 등을 가르쳐 드리고 나면 치매를 앓던 어르신들도 한동안은 굉장히 기운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시설 관계자들을 통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북지역을 떠나 경북 봉화군으로 들어온 것 또한 '공연 문화 자체에 소외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경북 봉화군에도 어르신 요양시설이 많은데 이 곳에서는 공연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이나 노래의 즐거움을 모르고 계실 분들을 찾아가자'는 마음에 봉화군에 한 1년 반 전쯤에 왔죠. 그런데 그 때 한창 코로나19가 퍼지던 때라 거의 가질 못했어요. 지금도 여기서 예전에 다니던 충청도 쪽 시설에 공연을 가죠."(한원태)
민요 봉사를 위해서는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시간 씩 연습을 하고, 그 연습을 평가받기 위해 전국에 열리는 다양한 민요 경창 대회에 출전한다. 참가한 대회에서 받은 상도 80매짜리 클리어화일을 앞뒤로 가득 채울 정도다.
"경창 대회에 나가는 이유는 제 실력을 계속 파악하기 위해서지요. 남의 소리도 들으면서 내 실력도 파악해 보고, 내 실력에 대한 쓴소리를 들을 필요도 있지요. 저희들이 이때껏 배운 민요가 200~300개 정도인데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실력이 줄어들지요."(도상호)
민요에 죽고 사는 두 사람의 마지막 꿈은 캠핑카를 마련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민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요양원이나 노인 보호시설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다 보면 관객과 저희들이 이런저런 교감을 하면서 서로 울고 웃고합니다. 그리고 공연을 갔다 오면 해당 시설에서 '어르신들이 더 건강해지신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어요. 아직 우리나라에 많은 시설들이 공연으로 건강해지는 경험을 못 받았을 테니 아예 캠핑카 끌고 돌아다니면서 저 먼 울릉도까지 저희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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