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월급보다 더 받는 실업급여, 대대적 개선 시급

고용노동부가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여 명 중 27.8%인 45만여 명이 일할 때 월급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가 세후 월급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말 '한국은 세후 소득이 실업급여보다 적어 근로 의욕을 낮추고 있다. 이런 경우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는 취지의 보고서까지 냈을 정도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사회보장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 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는 구직 의욕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고용시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쉬면서 실업급여 받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방만 운영이 결정적이었다. 문 정부는 2019년 10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기존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이 여파로 노사가 낸 고용보험료로 조성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됐다.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조2천544억 원의 적립금이 쌓였던 고용보험기금은 지금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다. 적립금이 지난해 말 6조3천379억 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쓴 빚 10조3천49억 원을 빼면 4조 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급여와 관련한 문제들이 누적돼 있다. 실업급여가 앞서 받던 월급보다 많아 재취업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을 비롯해 실업급여 요건을 맞추려고 형식적 취업 활동을 하는 '무늬만 구직자', 실업급여 반복 수급 등 편법과 도덕적 해이가 속출하고 있다. 과도한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가로막으면 실제 근로 인구는 더 줄어들게 된다.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퍼주기식으로 실업급여를 계속 운영할 수는 없다. 실업급여에 대한 대대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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