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23>김기봉 미트박스 대표 "유통 마진 절감한 신선 축산물 공급"

고차원적 분석 리포트 제공으로 입지 탄탄
내년 상장 예정…전국 곳곳에 유통 허브 구축

김기봉 미트박스 대표는
김기봉 미트박스 대표는 "고객을 이기려 하거나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는 경영 철학을 밝혔다. 이무성 객원기자

고기를 유별나게 좋아하거나 아니면 더러 찾게 되는 소비자라도 미트박스가 고리가 된다면 행운일 수 있겠다. '씽싱'한 데다 가격이 최대 30% 저렴하기 때문이다.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이끌고 있는 김기봉 대표는 축산물의 신선함과 선(善)한 가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축산물 생산자와 식당, 정육점 등이 직접 거래하도록 만든 플랫폼을 만들어 복잡한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값싼 가격에 고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22년에 창립 이래 최대 매출과 첫 흑자 전환을 동시에 달성한 김 대표의 눈은 이제 주식시장 상장을 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곡물 시세, 질병 발생 지역 같은 정보를 조합해 미트박스가 기준이 되는 가격 시스템을 만들어 고차원적인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블룸버그처럼 기존 시세 정보에 인 사이트를 넣어 가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유통 단계의 거품을 빼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을 향해서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진취적 자세와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미트박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농장·가공·무역을 하는 생산유통업자와 식당·정육점 등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축산물 거래 플랫폼이다. 약 20만 사업자 구매 고객과 300여개의 공급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축산물은 인(人)당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고급화도 상당 부분 진행 중이다.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위치를 갖고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

사옥 앞에서 미트박스의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김기봉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사옥 앞에서 미트박스의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김기봉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미트박스 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고기는 '히트 쇼크', 열에 대단히 취약한 특성이 있다. 배송에 있어 콜드 체인이 중요해서 냉장 배송체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힘들다. 그래서 축산물의 전국 익일 배송 체계를 먼저 확보한 뒤 다른 식자재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급하기 수월한 공산품이나 일부 농산물과는 다르다. '씽싱', 빠르고 싱싱하게 공급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사업에 뛰어든 동기는?

▶축산물무역유통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이 때 소비자의 오해와 불만의 원인 대부분이 가격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무리한 유통 구조를 일부 유통업체에서 독점하는 것을 알았다.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투명한 거래 기준이 있다면 시장에서 신뢰가 만들어져 사회적 비용 총량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기득권의 반발이 있었다. 고기 가격이 오르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게 소비자다. 하지만 고기 가격이 내렸을 때 가장 늦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소비자다. 유통업자가 가격을 서서히 조정하기 때문이다. 중간 마진을 취하던 유통·도매업자들은 미트박스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동안 셔츠 안에 방검 복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김기봉이 (축산물 유통시장의 중심인 서울) 마장동을 죽인다"는 얘기가 도매업체 사이에 파다하게 퍼지면서 위협을 느껴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김 대표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다. 유통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어 복잡한 유통 과정을 줄여 최대 30%의 유통 마진을 절감한 고기 선물세트를 엄선해 도매가격 수준으로 내놓았다. 또 최대 1만1천원 할인 쿠폰 무제한 발급 혜택을 제공했다.

고기의 진짜 값을 알려주고, 물류·결제 구매를 한 번에 하도록 하니 경쟁력이 커졌다. 축산을 IT로 재해석해 현재 약 300개 업체, 7천200여종의 축산물을 다루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이 4천억원에 달하고, 누적으로는 1조원을 넘겼다.

-경영 철학이 있다면?

▶고객은 제 스승이다. 고객을 이기려 하거나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그들의 니즈가 있으면 분석하고, 서비스 개선으로 해결하다보면 좋은 회사가 되지 않을까.

-올해 계획과 중장기적인 꿈은?

▶내년 쯤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또 고차원적인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물류 쪽 투자를 계획 중이다. 경상도, 강원, 호남 지역에 각각 유통 허브를 세울 구상이다. 현재는 오뚜기의 물류 자회사인 OLS와 파트너쉽을 맺고 익일 배송 체제를 하고 있다. 자체 허브가 구축되면 당일 배송까지 가능해진다.

-향후 목표를 말해 달라.

▶국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아시아, 유럽을 모두 아우르는 기업으로 키우고자 한다. 동시에 고도의 지능화된 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꿈이다. 축산업, 외식업계와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또 2026년 첨단 물류거점 미트박스 기흥센터가 건립되면 수도권과 전국의 물류거점의 중심에서 당일물류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된다. 향후 신선식품 전문물류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4~5시면 일어난다. 그리고 일을 하고, 퇴근 뒤에는 운동을 해 땀을 흘린다. 잠 들기 전에는 책을 읽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한다. 재미없는 삶이다.

-좋은 고기 고르는 팁을 줄 수 있을까?

▶좋은 고기의 의미는 맛있는 것일 수도 있고, 가격이 저렴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건강한 고기일 수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있는 고기는 미트박스에서 구입하시면 된다, 하하. 대부분 회전율의 싸움이기는 한 데 소비자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제일 좋다.

-대구경북인들과는 서울에서 자주 만나나?

▶사실 자주는 아니다. 그래도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대구에서 나왔으니 학교 동문들과 왕래를 한다.

-고향의 젊은이들에게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전했으면 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 특히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과 비교하면 자신을 잃어버린다.

김기봉 대표는
김기봉 대표는 "좋은 기업을 하는 것이 고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기봉 대표 누구

경북 영천 출신으로 지금은 GS리테일이 된 LG유통에서 10년을 일했다.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아워홈에서 축산MD로 재임하며 오늘 날 사업의 눈을 뜨기 시작한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소싱하러 다녔고, '축산 유통 시장 알기'라는 자산을 만들었다.

2010년 푸디아·2012년 무역회사를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자나 소규모 요식업자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식자재를 공급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2014년 탄생한 미트 박스는 그 결실이다.

미트박스의 가격 정보는 서울 마장동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축산 도매시장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미트박스에서는 1㎏에 1만원인데 우리 가게는 얼마'라는 식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김 대표가 방대한 축산물 빅데이터를 구축하면서 미트박스의 덩치가 커졌고, 몸값이 치솟았다. 전문 투자자와 대기업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완전경쟁시장을 통해 실시간 가격을 산출해온 힘 덕분이다.

미트박스의 가격 빅데이터는 다단계 구조에서 발생하는 연쇄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어 축산물 유통의 고질병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거래를 무기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신선물류 서비스 분야에서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구축했다. 판매회원과 구매 고객 사이의 만족도는 성장의 선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영신고와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대구경북 토박이다. 그는 "대구경북이 고향인지라 늘 잘되고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좋은 기업을 하는 것이 고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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