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지만, 최정인 작가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쌓아온 그림들을 3년 만에 선보인다. 최 작가는 "너무 내 세계에 빠져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어떻게 봐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데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2016년 핀과 실을 이용해 처음 선보인 '퍼스널 앵글'(personal angle)' 등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시그니처 작업인 퍼스널 앵글은 캔버스에 꽂은 핀과 핀들을 잇는 실이 빛의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내는 깊이감을 감상할 수 있다. 평면에 연필, 화분 등 대상의 실체를 재현하는 동시에 자신이 대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한 각도를 핀과 실로 입체적으로 배치해 자신만의 관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아가 2017년 등장한 '큐브'도 캔버스에 공간감을 더한다. 수직과 수평의 선이 교차되며 건축 설계도면을 연상하게 하는 화면 구성을 이어왔다.
"누구나 갖고 있는 자신만의 사고의 틀이 바로 내 작품 속의 큐브입니다. 어느 한 인물, 사물, 사건의 단면을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싶었죠."
다만 근작에서의 큐브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자로 잰 듯 딱 맞게 유지되던 틀이 조금 유연해졌고, 작품 속을 유영하는 듯 자유롭다. 작가는 "이전 작품보다 좀 더 나의 얘기가 들어간 작품이다. 큐브 주변으로 무지개와 꽃, 새싹 등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넣었다. 전시 제목처럼 나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전반적인 색이 이전 작들에 비해 밝아졌지만 낡고 거친 듯한 배경은 여전하다. 수십겹의 물감을 얹고 사포로 문지르는 작업을 반복한 결과다. 작가는 "반질반질한 새 것보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들에 정이 간다"며 "우리의 내면에도 과거의 추억과 상처들이 이런 스크래치들처럼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우리가 경험한 세계를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했다.
"아직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그러한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어려운 작품이 아니니 많이 와서 편하게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개인전 '큐브 인 더 유니버스'(Cube in the Universe)'는 6월 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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