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람 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하루는 매일 비슷합니다. 잠이 덜 깬 아이를 달래가며 등교 준비를 시키고 동시에 나의 출근을 준비합니다. 직장에 가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오늘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퇴근 시각이 되면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집에 돌아와 휴식, 운동, 집안일 등으로 하루의 남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다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듭니다. 휴일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주중에 소홀했던 자녀와 시간을 보내거나 부모님을 찾아뵙고 나면 주말도 금세 지나갑니다. 가끔은 나 자신이 직장이나 가정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임과 수고에서 벗어나 나를 보살피고 싶은 요즘. 위로와 휴식이 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내 마음의 방향
한 번쯤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 이건 꼭 있어야 한다는 '인싸템'은 약속 장소를 정하거나 쇼핑 목록을 꾸릴 때의 고민을 덜어줍니다.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아 검증된 것이기에 실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 역시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제법 괜찮은 취향을 가졌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사회적 인증과 소속감은 잠시 들르는 가게나 가벼운 물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내 인생의 결정적인 선택들, 예를 들어 집을 마련할 때, 진로를 결정할 때, 반려자를 고를 때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의 취향을 살핍니다.
하지만 카피라이터 김민철은 '하루의 취향'(김민철 지음)을 통해 남들에게 뽐내거나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나의 취향을 선언합니다.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뜻합니다. 작가는 집값이 올라 나중에 팔기 좋은 집 대신 오래 살고 싶은 집을 고릅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다니던 회사에 남기도 합니다. 취업준비생인 남편이 집안일을 맡고 아내인 자신이 직장에 다니는 것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나를 외면할 필요도 없이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마음은 매일 흔들립니다. 수없이 시도하고 때론 실패하고 때론 후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가?', '나는 무엇으로 위로받는가?', '나는 왜 이것에 마음이 끌리는가?'처럼 나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나를 나답게 합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나의 취향 지도를 그려두고 잠시 시간을 내어 그 지도를 들여다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가득 찬 취향 지도 안에서 우리는 쉽게 행복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소박한 술자리, 까슬까슬한 이불의 감촉, 한가로운 창밖의 풍경, 달고 진한 커피 등 내 마음이 이끄는 방향에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근사하거나 대단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나의 취향은 결국 오늘 하루를 나답게 살아갈 힘이자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 될 테니까요.

◆작고 귀여운 일상의 기쁨
퇴근하면, 시험 끝나면, 합격하면, 취직하면, 방학하면, 졸업하면, 은퇴하면...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나요? 하지만 인생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힘든 시기와 걱정 없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김혜원 지음)은 언제 올지 모르는 좋은 때를 기다리는 대신 일상에서 틈틈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볼펜, 머그잔, 탁상 거울, 밥그릇처럼 매일 쓰는 물건들은 내 마음에 쏙 들어야 합니다. 예쁜 카페나 근사한 숙소에서 잠깐 사용해 보는 것이 아니라 늘 곁에 두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꺼번에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제비가 집을 짓듯 작은 만족을 주는 물건을 형편에 맞게 차곡차곡 모아가는 기쁨도 있으니까요. 시간을 쓸 때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여행이나 놀이처럼 기분 좋은 일은 오래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즐길 수 없다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내버려 두기보다는 2% 아쉬운 행복이라도 틈틈이 채집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담담하게 스스로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작가가 인용한 문장 중 "일단 이번 생은 직장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처럼 내 몫의 삶을 긍정하는 것입니다. 부모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자녀로서의 나는 피할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내 몫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도 많습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손 흔드는 내 아이의 모습, 한 달에 한 번 월급날 나 자신을 위한 쇼핑, 흔한 안부 전화에도 반가움이 전해지는 부모님의 목소리.
일상의 작은 기쁨은 부스러기처럼 작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힘을 내고 팔을 뻗어 채집해 둔 작은 기쁨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삶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작은 규칙들이 되어 줄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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