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꼴찌와 시민 의식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다니엘 튜더/ 송정화 옮김/ 문학동네/ 2016, 1판 8쇄)

"대구가 지난 한 30년 동안 GRDP(지역 내 총생산)가 꼴찌입니다. 대통령이 다섯 명이나 배출되어도, 섬유산업이 몰락하고 난 뒤부터…." 얼마 전 대구시장이 야당 대표를 만나서 한 말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 보니, 정말 그렇다. 전국 시도 중 꼴찌. 수치가 울산광역시의 3분의 1을 간신히 넘어선다.

한국에서 일반인 사이에 정치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친한 사이일수록. 첫 문단을 읽고 독자도 혹시 마음이 불편한가? 좌나 우, 혹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현안을 말하기 위함이 절대로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한국 생활 10여 년 경험을 바탕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쓴 다니엘 튜더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자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탐구 보고서라면, 후자는 정치와 그 배경을 되짚어 본 책이다.

외국인이 여기서 좀 살았다고 무얼 그리 많이 알아서 이러쿵저러쿵하느냐는 식으로 비난할 여지도 있겠으나, 선입견을 버리고 읽기를 권한다. 한국을 맹목적으로 비판한 책이 아니고, 저자 말대로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고민하며 쓴 책"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지 않는가. 애정이 있어야 비판도 한다고.

책은 21세기 직후 민주주의와 정치를 중심에 두고, 경제·산업 분야까지 식견을 넓히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국·미국·스위스·독일 등 선진국 사례를 들면서, 그들이 실패한 부분은 한국이 따라가지 않기를 강조한다. 다니엘 튜더가 찾은 귀결점은 명확하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독자인 우리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정치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GRDP 하나로 대구 시민 삶의 질을 논할 수는 없다. 또 만사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에서 대구 GRDP가 꼴찌인 원인이 정치 탓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정치인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책이 밝히듯 이번에도 아무 알맹이 없는 "희망, 꿈, 소통, 미래와 같은 말이 사방 천지에 도배"될지 지금부터 찬찬히 지켜볼 일이다. 저자 말처럼 "텅 빈 정치 구호로 당선된 정치인은 눈앞의 이득을 얻지만, 국민의 삶은 한층 고달프기" 때문이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으로 모두의 시민 의식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를 권한다.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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