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회 의석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야당'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사사건건 정쟁화를 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이든 하나도 통과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에 발목이 잡혀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3월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를 시작으로 입법 횡포를 부리고 있다.
4월에는 간호법 제정안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진상 규명 및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에 대한 법안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지정하고, 본회의에 직회부됐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 3법) 역시 야당 주도로 가결했다. 또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정의당 등과 연대해 본회의 직회부를 처리한 후 6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킨다는 계획으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에 무늬만 여당인 속수무책의 국민의힘은 '거야의 입법 폭거'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대통령이 헌법상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다행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앞으로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이유로 입법 횡포를 부리는 법률안에 대해선 줄곧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마침내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한 공직자이해충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이해와 충돌할 경우 대통령의 법안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는데 이는 명백한 위헌입법으로 절대다수의 거대 야당이니 못 할 것이 없다는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입법을 하는 것은 고유 권한이나 위헌입법을 발의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헌법 제53조에는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권한이자 국회의 경솔과 횡포에 대한 통제 수단이다. 민주당이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도 이런 위헌적인 법안을 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법률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함으로써 정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 스캔들 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는 얕은 속셈이라는 분석과 평가가 일반적이다.
민주당의 '위헌입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를 폐지하는 법안도 냈다. 법원조직법을 고쳐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려고도 한다. 또 헌법상 국회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사후) 동의권을 가짐에도 민주당은 '조약 체결 절차법'이란 것을 만들어 외국과의 조약 협상 진행 상황을 사전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 헌법이 명시한 정부의 외교 협상 권한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양식 있고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더 이상 도를 넘어선 입법 횡포를 부리거나 발호(跋扈)해선 안 된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나마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몇 안 되는 민주당 의원들도 이런 위헌적, 반민주적 입법 활동에 동조하지 않으면 '처럼회'와 '개딸' '양아들' 등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매카시즘적 수법의 항의와 정치적 공격을 받는 것이 두려워 눈치를 보고 끌려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마치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고 꼬리가 개를 흔드는(Wag the Dog) 꼴과 같다. 객관적인 내부 진단과 자기반성 없는 민주당을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결코 우호적이진 않은 것 같다. '팬덤 정치'와 도를 넘어선 '위헌입법' 작태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받아볼 성적표는 자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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