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이정재, 현빈 등 톱스타들의 인상적인 인물사진으로 유명한 조선희 사진작가가 대구에서 개인전 '姬: 나의 우주다'를 열고 있다.
지난 27일 대구 북구 복합문화공간 MRNW에서 만난 조 작가는 "수십년간 꾸준히 담아온 나의 얘기를 마침내 펼쳐보인다. 70여 점의 작품은 켜켜이 쌓인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생활학과에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진을 시작한 후 김중만 작가에게 사진을 배운 조 작가는 30여 년간 패션 잡지와 광고계를 휩쓸며 상업사진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에는 인물이 아닌 풍경과 자연을 피사체로 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이은 두번째 개인전. 당시 전시했던 '데이지' 작품을 제외하고 '듀레', '글리치', '숨' 시리즈는 이번 대구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듀레는 그가 2017년 157일간의 세계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자연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사진이지만 비밀이 하나 숨어있다. 후작업을 통해 나무나 차 등 풍경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지우거나 밝기를 극적으로 조절해 집중도를 높였다.
"풍경을 찍을 때의 느낌과 사무실에 돌아와 모니터로 볼 때의 느낌이 또 다르잖아요. 그러한 시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후작업으로 새로운 시간성을 일부러 부여한거죠."
특히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데드 블레이에서 찍은 '천년의 시간' 작품은 숭고함을 넘어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700년 전 죽은 나무를 100년 된 카메라와 15년 된 필름으로 담아낸 결과물이다. 그는 "오아시스가 말라버린 땅, 검은 나무들은 깊은 뿌리와 소금기로 인해 죽은 채 죽지 않은 모습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카메라 뒤에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숨을 멈추게 하는 어떤 순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리치 역시 시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디지털로 개조했다는 사실을 잊고 평소 습관대로 셔터를 빨리 누른 작가. 과도한 데이터가 한꺼번에 전송되며 표출된 일종의 오류 이미지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데이지 작업은 그가 오랜 시간 말린, 버려두다시피한 꽃에 색을 입혀 찍은 사진들이다. 빨강, 노랑, 진분홍 등 화려한 색의 안료를 덮어쓰고 다시 탄생한 꽃들. 아이러니하게 그가 이 작업을 하게된 건 20대 때 찍었던 할머니의 염(殮) 사진을 다시 보게되면서였다.
특히 데이지 작품 중 은은한 보랏빛이 매력적인 '#23'은 지난 서울 전시 때 배우 송혜교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실크스크린 작업에 앞으로 더 집중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찍었던 배우들 사진 작업을 실크스크린이라는 매체로 표현해보고 싶고, 듀레 시리즈도 한국의 풍경을 소재로 찍어보려 한다. 앞으로 작업을 어떻게 확장시킬 지 고민이 많다"며 웃어보였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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