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배운 재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이도록 무료로 나눕니다."
지역 대학생들의 재능기부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활력이 되고 있다. 재능기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을 적시적소에 적용하면서 스스로의 실력도 확인하는 계기로 삼기 때문이다. 어렵게 갈고 닦아 손에 익은 기술들은 바깥 세상으로 향하는 순간 부귀영화의 수단이 아닌 나눔의 기폭제가 된다.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며 깨친 지식은 당대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누적되며 '지혜'라, 후배들에게 권장되며 '유산'이라 불린다. 이보다 좋은 인성 함양 방식이 따로 있을까.
◆영남대, 생활을 바꿔버린 재능기부
영남대 총동아리연합회 소속 봉사동아리 '위더스(With us)' 회원들과 미술 전공 학생들은 '그리는 재능'을 나누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자원봉사의 날'을 기점으로 대구와 경산 지역 구도심 벽화 그리기 등을 통해 마을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건축학부는 실생활에 보다 직접적인 재능기부에 나선다. 2012년부터 '농촌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 동안 열흘 내외의 일정으로 농촌마을 등에 체류하며 주거 취약계층을 찾아 노후주택의 개·보수 활동에 나선다.
지난해 여름에도 40명가량의 학생들이 포항시 청하면 청계리 일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무턱대고 찾아가는 게 아니다. 사전에 봉사활동 대상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현장을 답사한다. 마을 주민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수리 방향을 잡는 상호간 소통은 필수 과정이다. 도면 그리기부터 수리 계획, 노후된 부분의 철거와 수리와 도색, 나아가 배관 공사와 타일작업, 재래식 화장실 개조 등 전문적인 작업까지 진행한다.
집을 아예 바꾸다시피 하니 주민 만족도는 최상급이다. 칭찬이 자자하니 관계기관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 정부 표창을 비롯해 농어촌공사장 표창, 한국농촌건축학회장 표창 등 정부와 유관 기관으로부터 다수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대구한의대, 문명고 동아리 활동에 학생 강사 파견
대구한의대는 2018년부터 창의체험 교과 과정을 통해 문명고 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돕고 있다. '고교 동아리 지원 학생강사 파견프로그램'이다. 일방적인 재능기부로 보기도 어렵다. 재학생 스스로 배우고 익혀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대구한의대 학생강사들이 본인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르치는 경험과 직접 실패해보는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기에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능기부인데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방학 중 학생강사로 활동할 희망자를 모집하고 학생강사 양성 교육과정을 거치지만 앞다퉈 재학생들이 지원한다는 게 대구한의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발적 운영을 위해서 전체 일정과 운영은 학생강사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고 진로개발센터에서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는 다양하다. 초창기 축구, 배구, 스포츠테이핑 등 체육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은 특수분장, 화장품, 요리, 토론, 역사, 봉사, 수화, 수화, 간호, 심리 등 총 25개 분야로 확대됐다. 48명의 학생강사가 매주 금요일 3시간씩 재능을 나눈다.

◆경일대 산악동아리 '아름다운 동행'
경일대 산악동아리는 2003년부터 코로나 시국 직전인 2019년까지 17년 동안 성요셉재활원 장애인들과 동반 산행을 이어왔다.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의 산행이다. 코로나19의 종말과 함께 재개가 예정돼 있다. 동행의 전통을 다시 잇겠다는 의지다.
이들의 선한 의지가 주목받는 또다른 배경은 이들 상당수가 소방방재학부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배운 안전과 구조 등의 지식을 활용해 장애인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산행을 함께 한다. 산악구조대가 되려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더구나 희생 정신을 소명처럼 여기는, 소방관의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니 성요셉재활원도 마음을 놓는다고 한다.
산악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조현빈(소방방재학부 4년) 씨는 "10월 단풍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 선배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재능기부 활동인 만큼 전공 지식을 살려 안전한 등산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