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72>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열린책들 펴냄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열린책들 펴냄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열린책들 펴냄

공공도서관에서 일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수많은 책들을 보듬으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의 첫 문장을 쓰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서관의 책장을 채우고 있는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내가 사서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고민됐던 것 같다.

그리고 고민 끝에 고른 책은 세대를 아우르는 명작,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고전 동화 『어린 왕자』이다. 도서관에서 『어린 왕자』를 키워드로 책을 검색해 보면 원작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의미를 더욱 깊이 해석하거나 다른 장르와 혼합하여 여러 모양으로 빚어낸 책들도 많다. 초판 발행이 1943년이니 이는 80여 년간 받은 깊은 사랑의 증거일 것이다. 책의 형태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전시회로, 뮤지컬로 또는 영화로 접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증명되었으므로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책이다. 마음을 키워주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잊지 않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세우는 데 지혜를 보태 주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린 왕자』와 함께 자란 것 같다. 누군가는 『어린 왕자』를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였다. 책의 저자도 서문에서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서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라고 했으니 저자도 인정한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그 의미에 해석이 깊어지며 생각하게 하는 것은 내가 아마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심하게 반복되는 어른의 일상은 감성을 마비시킨다. 특히나 우리는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일상 속에서도 이 전의 세대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들은 수많은 시각 정보의 바다 위에서 자극에 중독되어 감성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다. 표류하는 뗏목 위의 서른 살에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마치 내 안의 어린아이와 나누는 대화와 같았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가공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상상력, 호기심, 맑고 순수한 감성이었다. 이는 딱딱해진 생각을 부드럽게 하고, 시야를 넓혀주며 마음을 북돋아 준다. 이처럼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는 그만의 맛과 가치가 있다.

책을 모두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새롭게 눈에 들어온 책 표지의 글귀가 있다. 바로 '꿈꾸는 영혼에게 바치는 자유의 메시지'이다. 책 『어린 왕자』를 너무나 잘 표현한 소개말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어린 왕자』는 미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읽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될 것이고, 과거 꿈꾸는 영혼이었던 어른들에게는 내면의 어린아이와 만나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책 속에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선물이라고 표현하였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작은 선물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최효주 경상북도교육청 영주선비도서관 풍기분관 사서
최효주 경상북도교육청 영주선비도서관 풍기분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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