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는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구경하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비슷한 브랜드나 코디네이션으로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확실히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 장소, 상황에 따른 뻔한 옷차림이나 유행하는 브랜드를 따르는 경향보다는 자신에게 편한 옷차림이 대세인 듯하다. 날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관점보다는 자신의 상황이나 상태를 더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메이크업, 옷, 액세서리, 헤어 등은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은 내가 선택해서 구입하고 매일 변화를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패션이라는 영역에 대해 그 사람의 생각과 인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기본적으로 옷을 상황에 맞게 갖춰 입는 것은 하나의 예의이자 통념으로 간주돼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데이트를 하거나 면접을 보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 어떤 의복을 갖춰 입고 그 자리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로 작용할 때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곤 했던 타인의 패션에 대한 생각이 조금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 가끔 공연이 임박해져 오면 공연장을 방문할 관객 중 어떤 옷을 입고 공연장을 방문해야 하는지 물어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특히 클래식 공연이 있는 날이면 유난히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별 것 아니라 치부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이런 요소들이 부담스러워 공연장 출입을 꺼리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주제는 사실 이런 부분을 좀 더 편하게 생각하며 쉽게 공연장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 적어보게 됐다. 공연장이란 장소는 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옷이 어떤 도구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에서의 옷차림은 다른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고 자신 또한 편안하게 공연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던 날 옆 좌석에 앉은 한 관객이 슬리퍼를 신고와 발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데 그 발가락이 너무나 신경 쓰여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이처럼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 타인에 대한 존중의 결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획자 입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때 공연장 방문을 위해 신경 쓴 옷차림의 관객들을 보게 되면 우리가 만드는 공연을 소중히 여겨 준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에 정성을 다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느껴져 더 정성껏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가끔 관객들의 패션이나 스타일로 그날의 공연의 주제나 멜로디가 보이는 기이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적용된다면 훨씬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 다양한 패션을 추구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마음을 충분히 들뜨게 한다. 나는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은 물론 자신도 공연의 하나의 요소로 작용됨을 인지한다면 더욱 자신감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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