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보훈 선도하는 달서구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녹색 산야가 호국 보훈의 이름으로 6월을 점령하고 있다. 의병의 날, 현충일, 6·25전쟁일이 조국의 아픔과 끈질긴 생명력을 소환하고 있다. 검은 비석을 하얀 손수건으로 닦는 흰 소복을 입은 우리 할머니들과 손수건으로 통곡을 삼키며 가족의 주검을 확인하는 6·25전쟁 사진 속 우리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세월도 초록빛 안색이다.

1천여 외침(外侵)을 눈물과 피로 지켜온 반만년의 역사는 아직도 전쟁을 잠시 멈추며 생존과 공산주의 통일을 위한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열강들이 자국 이익을 위한 진영 대립에서 지반이 균형을 잃으면 폭발하는 화산처럼 언제 전쟁과 마주할지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작은 반도의 조국이 면면히 이어 오면서 선진국 대열에 오기까지는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보훈은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보답하는 행위이다. 붉은 피로 물들었던 산야는 무심히 푸르기만 하지만 보훈은 국가 지속성과 발전 및 번영의 정신적 토대로 공동체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대구 달서구는 호국의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 우배선 의병 장군에서부터 독립운동가 이상화, 이상정, 윤상태 등 23명의 보훈 인물들, 한국 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태극단 학생독립운동 기념탑, 민족정기탑, 대구사범학생 독립운동 기념탑, 서상일 선생 동상, 이상화 기념관 등 호국 관련 건축물과 기념비가 산재해 있다.

대구시 보훈회관과 보훈병원을 관내에 두며 지역 유일 생존 애국지사를 포함한 보훈 대상자도 8천310명인 보훈의 고장이다. 또한 헌신과 희생이 존중되는 보훈 문화 정착을 위해 9개 보훈 단체에 수당 및 보조금 지원 등 보훈 안전망을 강화하며 120억 원 규모 보훈회관도 건립하고 있다.

보훈 가치 선양과 애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보훈포럼, 청소년 보훈 사적지 탐방, 나라 사랑 UCC 공모전, 보훈 시설 안내 표지판 설치, 국가유공자 조사 시 경찰 선도차 운행, 의병의 날 향사례 재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배선 장군 의병 활동을 뮤지컬로 제작해 타 도시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윤상태 선생의 활동상은 연극으로 작품화 중이다.

이처럼 보훈의 의미를 선도적으로 새기며 2021년에 보훈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정부도 국가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시키는 등 보훈 행정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가유공자의 삶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든든한 보훈 없이 호국도 없다는 인식하에 각종 수당 및 의료비 지원에서부터 보훈 예산 비율도 높이는 등 보훈의 씨앗을 폭넓게 심어야 한다.

미국 공항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은 먼저 탑승하라"는 방송이 수시로 들린다.

인구 위기에 외국인 문호 개방 논의 등 다문화사회로의 지향과 한반도의 안보적 요소를 생각해서라도 제복 입는 직종과 보훈의 의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보훈 대상자를 적극 발굴하며 그들에 대한 예우와 복지는 물론 자부심까지도 챙기는 세심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극도의 개인주의에 생각 없이 이념 대립에 몰두하는 우리 사회는 아픈 근대사를 되돌아보며 사회 통합과 국가 영속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사고력을 높이며 국가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교육이 맡아야 할 몫이다. 보훈이 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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