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흔다섯 살 국회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지난달 31일은 국회의 생일이었다.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됐고 우여곡절 끝에 유권자의 95.5%가 투표에 참가,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에서 임기 2년의 의원 198명이 선출됐다. 총선 열흘 뒤인 5월 20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폐원됐고 같은 달 31일에 제헌국회 개원식이 거행돼 이날이 대한민국 국회의 출발점이자 생일이 됐다. 그리고 75년 세월이 흘렀다.

75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사람으로 따져도 75세라면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많은 지식이 축적됐을 터. 자식을 다 기른 것은 물론, 손자·손녀까지 봤을 나이니 인격의 성숙도 역시 깊을 것이다. 우리 국회도 75년간 외형이 크게 성장해 의원 정수가 300명이나 되고,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서 커다란 의사당도 쓰고 있다.

하지만 일흔다섯 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존경받는 원로가 아니라 밉상 노인네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붙잡혀 가지 않는 불체포특권에다 다른 사람을 비방해도 처벌받지 않는 면책특권 등 갖가지 방탄으로 무장하면서 치외법권 지구가 돼 버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국회 상임위 도중 코인을 거래한 행위는 큰 충격을 안겼다.

이뿐만 아니다. 국민들의 일반적 상식을 넘어서는 금전적 특혜도 받고 있어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급기야 국회 생일날인 31일,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국회 포위 퍼포먼스를 하면서 특권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원 특권과 관련, "1억3천만 원(매월 약 1천160만 원)의 세비에다 특별활동비 564만 원, 간식비 600만 원, 해외 시찰비 약 2천만 원, 차량 지원비 1천740만 원, 택시비 1천만 원, 야간 특근비 770만 원, 문자 발송료 700만 원 등 국회의원 1인당 연간 7억700만 원이 든다"면서 국회를 질타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꼭 30년 전인 1993년,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진단하면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꼬집었다. 그 중심에 국회가 있었는데 세월이 흘렀지만 국회가 과연 나아지고 있는지 되묻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국회는 이제 나잇값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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