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제정신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선관위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직무감찰 선례를 만들 경우 향후 정치자금이나 불법 선거 관련 조사에 감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 자체 감사를 벌였으며, 4건에 대해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한 바 있다. 감사원의 입장대로라면 자신들이 자체 조사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법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 테니,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지는 말라는 것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서둘러 감사를 요청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신들이 내놓는 것만 수사하라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는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검사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감찰이 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인 것은 '선거 중립'과 권력의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감사를 거부할 수 있는 부분은 '선거 사무'에 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선거 사무'가 아닌 '인사·채용·승진' 등 인사 사무에 관한 부분이다. '선거 중립'과 관련 없는 부분까지 '선관위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다른 의혹을 키울 뿐이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근거로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규정을 들고 있다. 어처구니없다. 인사 사무를 감사해야 할 사람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다. 게다가 해당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면직 처리된 상태다. 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노태악 중앙선관위장은 오늘 선관위원회를 열어 감사원 감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논의하고 말 것도 없다. 면피성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채용 관련 모든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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