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대구 대표 요정(料亭) '춘앵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중구 상서동에 자리 잡은 춘앵각이 올해 4월 구미의 한 영화관 운영업 법인에 매각됐으며, 향후 주차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1969년 옛 주인 나순경에 의해 문을 연 춘앵각은 대구 대표 요정으로 상징성과 함께 역사성을 갖고 있다. 당시 대구 종로 가구골목에 50여개의 요정이 있었는데, 춘앵각은 요정업의 대모 노릇을 할 정도로 고객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꼽혔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가 드나들면서 큰 명성을 얻었다. 거쳐간 기생만 해도 수백명이 넘고 20여명이 훗날 지역의 요정과 한식집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춘앵각은 2003년 잠시 폐업했다가 한정식 집으로 다시 문을 열어 2명의 임차인이 운영을 이어왔지만, 가게 활성화가 예전만 못했고 2020년 코로나19로 타격을 크게 입어 결국 문을 닫게 돼 그동안 공실 상태에 있었다. 대구YMCA가 2년 전 이곳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전(前) 춘앵각 건물 소유자 A씨는 "춘앵각 상호만 사용하는 한정식 집으로 바뀐 뒤 전통성이 많이 사라지고 장사도 힘들어져 3년 전 최종적으로 문을 닫아 폐가로 방치되다 지난 4월 매각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매입한 법인 관계자는 "건물을 허문 뒤 주차난이 심한 인근 롯데시네마 만경관의 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라지는 춘앵각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잖다. 사회사적으로 의미가 큰 건물인 만큼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춘앵각은 사회사의 한 부분이자 특별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문화공간으로 남아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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