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네르바대학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미네르바(Minerva)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와 융합된 뒤로는 아테나와 동일시했다. 미네르바의 이름을 딴 대학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미네르바대학이 '2023 세계 혁신 대학 랭킹'에서 1위를 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2위), 펜실베이니아대학(3위), MIT(4위), 스탠퍼드대학(5위) 등 세계적인 명문대들보다 앞섰다. 우리에게 미네르바대학은 낯설다. 2012년 설립됐고, 2021년 독립대학으로 인가됐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미네르바대학은 온라인대학이다. 캠퍼스가 없다. 학생들은 7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공부한다. 수업은 토론식이다. 교육과정은 자유롭지만 정교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키운다. 배운 내용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기업·기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인공지능이 해결하는 시대이다. 대학은 복잡한 문제를 다학제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의 미네르바대학'을 지향하는 대학이 생겼다. 지난 4월 원격대학(사이버대학) 인가를 받은 태재대이다. 한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천억 원을 들여 설립했다. 교수진은 전임 40명, 겸임 60명. 하버드, 예일, 시카고 등 해외 대학 교수들을 겸임교수진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도쿄, 뉴욕, 모스크바 등을 돌아다니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수업은 일방적 강의가 아닌, 토론과 프로젝트로 이뤄진다.

1997년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30년 뒤면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고 예언했다. 마이클 그로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은 융복합 학문 적용으로 대학 혁신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식기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대학은 기후위기,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혜안을 내놓고 있는가? 학생 충원, 취업률에만 얽매이면 혁신은 아득히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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