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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의회 의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인 시민 혈세

대구 지역 8개 구·군의회 의장들이 소속된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예산 일부가 지방재정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명절 선물, 축하 화환, 외유성 워크숍 등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세금 수천만 원이 기초의회 의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인 것이다. 매일신문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의장협의회 예산 사용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해 분석한 결과다.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는 2001년 1월부터 8개 구·군으로부터 매년 600만~700만 원씩 4천800만~5천600만 원을 배정받아 부담금을 모아 왔다. 혈세로 조성된 재원인 만큼 부담금을 적절한 곳에 쓰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치단체 예산은 관련 사무 처리에만 지출할 수 있는데, 100% 지자체 예산인 의장협의회 부담금 역시 이 법을 지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의장협의회에 배정된 예산 2억7천200만 원 중 상위 기관인 대한민국 시·군 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에 낸 부담금을 제외한 1억6천497만 원 일부가 기초의회 의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였다. 한 기초의회 의장이 책을 출판하자 해당 도서를 구입하는 데 20만 원을 사용했고, 8개 구·군의회 의장 추석 선물 구입에 53만 원을 지출했다. 한 의회 의장 아들 결혼식에 화환을 보내는 데 9만9천 원을 썼다. 부담금을 지자체 사무와 관련 없는 부적절한 곳에 사용한 것이다. 1박 2일 일정 워크숍에 3천931만 원을 쓰는 등 과도한 지출도 있었다.

의장협의회 부담금이 구·군의회 의장들의 '용돈'으로 전락한 이유는 관리감독 규정이 없어서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장협의회는 행정안전부 신고에 의해 설립됐지만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하지 않는다. 의장협의회 부담금 사용 내역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장협의회의 부적절한 예산 지출은 전국적 현상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전수조사를 통해 세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의장협의회 예산 사용 실태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맞다. 의장협의회도 지방의회 폐지 주장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 보고 혈세를 부적절한 곳에 쓰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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