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 사무실 방화 1주기…방화범 투자 주상복합상가 '텅텅' 공실 여전

상업근린시설 186실 중 입점상가 20곳 안팎
앵커시설 영화관은 소유권 분쟁에 유치권 행사 중
'울며 겨자먹기' 1·2층 상가 헐값 일괄매각까지 논의 중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에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빈 상가도 너무 많고, 건물 분위기 자체도 어두운데 손님들이 찾아오겠어요?"

4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주상복합상가. 지난 2020년 완공된 건물 외관은 깔끔했지만, 지하 주차장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환한 대낮인데도 건물 상가는 대부분 텅 빈 채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이 지은 이 주상복합건물은 1년 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발단으로 지목된다.

한때 뛰어난 접근성과 영화관 입점 소식 등으로 인기 높은 '복합상업시설'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컸지만, 완공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와 맞닥뜨리며 '유령 건물'로 전락했다.

여기에 저조한 상가 분양률과 시행 대행사의 불투명한 자금 집행까지 겹치면서 조합원들은 200억원이 넘는 채무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지난 2020년 11월 완공된 이 주상복합시설은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로 오피스텔 91실과 상업근린시설 186실로 구성됐다.

2013년 신천시장 상인들이 '신천시장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을 결성했고, 이후 I시행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건물을 지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오피스텔은 대부분 분양에 성공했지만, 상가는 186실 가운데 카페와 편의점, 헬스장, 미용실 등 20여곳만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에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에 '퇴거명령'의 내용과 '유치권 행사를 위해 점유중'이라는 현수막이 부착 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다가오는 11월이면 완공 3년을 맞지만 건물 내부 곳곳에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통제선이 묶여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시험 가동 중'이란 안내만 붙은 채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빈 상가 내부에는 수북하게 먼지가 쌓인 의자들과 페인트 통,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영화관은 끝나지 않은 소유권 분쟁 탓에 아직도 입점이 미뤄지고 있다. 상영관으로 사용할 예정이던 6층에는 '유치권 행사 중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과 불법 점유 '퇴거명령' 현수막만 붙어 있었다.

상인들은 빈 상가가 너무 많아 손님 발길이 뜸하다고 하소연했다. 1년 전 입주했다는 한 업주는 "입주 당시부터 공실이 많았고 지난 1년 동안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도 없는 것 같다"면서 "같은 층에 있던 가게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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