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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봉 칼럼] G8의 자격

한국 사람 만들기의 저자

함재봉
함재봉 '한국 사람 만들기'의 저자

G7은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의 약자로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0년 현재 G7 국가들은 명목국내총생산으로는 전 세계 총생산의 30%를, 구매력 평가(PPP)로는 43%를 차지한다. 매년 정상회담과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의 주요 어젠다를 논하는 명실상부한 '강대국 클럽'이다.

1977년 당시 경제 규모로 세계 1~7위에 속한 나라들로 출범하였고 첫 모임부터 유럽연합(EU, 당시에는 '유럽 경제 공동체')을 초청하였다. 1997~2014년까지는 러시아도 참석하여 한때 'G8'으로 불렸지만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리미아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제외되어 다시 'G7'이 되었다.

한국은 지난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2016년에도 당시 주최국이었던 일본의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였지만 불참하였다. 그 후 한국을 정식 멤버로 초청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 규모나 군사력으로 볼 때 충분한 자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G7은 지나치게 미국과 서구 국가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들어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 등 흔히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상으로 'G8'의 자격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다른 지표상으로는 아직도 G8 자격 미달이다. 특히 과학과 문화에 있어서는 결코 강대국이 아니다.

한 국가의 과학과 문화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럿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노벨상이다. 노벨상 위원회는 1901년부터 매년 과학, 의학, 경제학, 문학, 평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 문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경력을 보면 한국은 G7은 물론 그 밖의 수많은 나라에 비해서도 수상 경력이 미미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반면 G7의 수상 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은 406회, 영국은 137회, 독일은 114회, 프랑스는 73회, 일본은 29회, 캐나다는 28회, 이탈리아는 21회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다시 말해서 G7은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군사 안보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과학기술, 의료, 문학을 이끄는 나라들이다.

특히 노벨 문학상을 보면 G7의 진면목이 보인다. 노벨 문학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나라는 총 17회 수상한 프랑스다. 그다음이 각각 11회 수상한 영국과 미국, 8회 수상한 독일, 6회 수상한 이탈리아다. 일본도 2회 수상하였다.

G7은 서로의 문학을 읽는 나라들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상호 의존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의 문학을, 고전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영문학의 셰익스피어, 밀턴, 디킨스, 오스틴, 멜빌, 트웨인, 울프, 포크너, 피츠제럴드, 조이스, 스타인벡, 헤밍웨이, 오웰 ▷불문학의 볼테르, 카뮈, 지드, 플로베르, 보들레르, 스탕달, 발자크, 졸라, 몰리에르, 프루스트, 위고 ▷이탈리아 문학의 복카치오, 단테, 페트랄카, 마키아벨리, 피란델로, 카사노바, 에코 ▷독문학의 괴테, 니체, 릴케, 카프카, 헤세, 레마르크, 만, 그라스 ▷일문학의 무라사키 시키부, 미야모토 무사시, 나츠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겐자부로 오에,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은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하는 고전이며 문화유산들이다.(사실 문학에 있어서만큼은 G8에서 밀려난 러시아도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푸시킨, 파스테르나크, 솔제니친 등등)

G7의 문학은 세계의 문학이다. 모든 나라의 엘리트, 지도자들은 물론 시민들이 모두 자신의 것으로 알고 배우고 공유하는 문화다.

한국은 아직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이렇다 할 고전이 없다. 세계 10위의 경제력,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대중문화, 고전음악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문학과 인문학에 있어서는 존재감이 없다. 한국 문학, 인문학계의 빈곤은 심각한 지경이다. 한국이 진정 '강대국 클럽'인 G7에 초청받을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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