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자폭’ 친명 혁신위원장 전격 사퇴, 이재명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장에 운동권 출신 이래경 (사)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추대했으나 본인이 9시간여 만에 사퇴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추대 발표 직후 '천안함은 자폭이며 조작' '코로나 진원지는 미국' '미국 정보 조직 한국 대선 깊숙이 개입' 등 음모론성 주장을 쏟아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이번 인선은 처음부터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형식적으로는 외부 인사에 혁신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따른 것이지만, 실제로는 당내 친명계와 공동전선을 형성할 또 다른 친위 부대 구축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재야의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히고 영입을 이재명 대표가 최종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은 합리적이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친형 강제 진단 사건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처음 제안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에는 SNS에서 "보면 볼수록 이재명은 든든하고 윤석열은 불안하며, 알면 알수록 이재명은 박식하고 윤석열은 무식하며,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는 글을 공유하며 이 대표를 '찬양'했다.

이런 사실은 이 위원장을 영입해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본질적 위기는 김남국 코인 의혹이 아니라 이 대표 체제의 지속가능성 여부이다. '사법 리스크'로 이 대표 체제가 과연 내년 총선 때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화두(話頭)를 이 위원장은 혁신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까? 그러기는커녕 사실상 이 대표와 교감하에 비명계를 잘라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소리가 당내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천안함 자폭' 등 음모론성 주장을 여과 없이 토해낸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추대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이런 인사에게 공당의 혁신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진실과 상식, 그리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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