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오전 대구 남구 낙동강승전기념관. 휴일을 맞아 앞산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길목에 있는 승전기념관의 문을 두드리는 이는 드물었다. 시민들은 기념관 건물 옆 비석이 학도의용군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리는 비석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눈치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 승전기념관에 처음 왔다는 박정은(44) 씨는 "어렸을 때 많이 왔지만, 기념비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국가수호에 관한 시설 치고는 안내 푯말도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제68회 현충일을 맞아 대구 곳곳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백발의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선열들의 희생을 기렸지만 일부 현충 시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구 이현공원의 '참전용사 명예선양비'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6.25전쟁 참전 유공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과 베트남전쟁 참전 유공자의 넋을 기리는 비석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서대구일반산업단지 동쪽 끝편에 자리 잡은 탓에 인적조차 드물었다. 주변에는 휴일을 맞아 문을 닫은 공장들과 갓길에 불법주차된 차량들만 가득했다.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대구의 현충 시설은 앞산공원 충혼탑과 국립신암선열공원 등 모두 38곳이다. 중구가 10곳으로 가장 많고 동구‧남구‧달서구‧달성군 5곳, 수성구와 북구 3곳, 서구 2곳 등이다. 대구의 국가보훈대상자는 올해 4월 기준 참전유공자 9천559명을 포함해 4만1천259명으로 파악됐다.
현충일을 맞아 일부 현충시설에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구 관음공원 '6‧25 참전용사명예선양비'를 찾은 강모(88) 씨는 "세상을 떠난 남편도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상이군인으로 제대했다"며 "우리 모두 나라를 지켜주신 영웅들에게 감사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양비 옆 정자에 앉아있던 김정순(87)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시동생의 이름을 찾으러 왔다가 어느새 매일 들르고 있다"면서 "아무리 세월이 지났어도 전쟁의 아픔을 늘 갖고 살아간다"고 울먹였다.
국립신암선열공원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합동 위패가 모셔진 참배공간에서 헌화하고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렸다.
목발을 짚으며 참배하던 조재호(76) 씨는 "매년 현충일이 오면 잠깐이라도 이곳에 들러 추모를 해왔다"며 "수없이 많은 피를 흘리며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드셨기에 움직일 힘이 없어질 때까지는 꾸준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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