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호국 영웅 지게부대원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같이 참배했던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 이곳엔 한국 민간인들로 구성된 지게부대원들이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들의 정식 명칭은 한국노무단(KSC·Korea Service Corps)이지만 지게 모양이 알파벳 A를 닮았다며 미군은 'A프레임 부대'(A Frame Army)라 부르기도 했다.

6·25 당시 연인원 30만 명이 투입된 지게부대원 중 2천64명이 전사했다. 실종자는 2천448명, 부상자는 4천282명이나 됐다. 1950년 8월, 대한민국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투(8.3∼8.29)에서 하루 평균 50여 명의 지게부대원이 전사했다.

지게부대원들은 군번도 계급장도 없는 노무자들로, 군복을 받지 못해 무명옷 차림으로 최전방 전투지역에 식량과 탄약 등 군수품을 져 날랐다. 지게부대의 활약상에 미8군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인 밴 플리트 장군은 "만약 지게부대가 없었다면 최소한 10만 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했어야 했다"고 했다.

지게부대원들은 포탄과 식량을 40∼50㎏ 짊어지고 가파른 고지를 올랐다. 내려올 때는 부상병을 실어 날랐다. "허리를 굽히고 앞만 보고 걸어라"가 이들의 행동 수칙이었다. 전쟁의 참화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사명감에서 우러난 위국 헌신의 전범을 지게부대원들은 보여줬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동상과 전쟁 당시 국군을 지원한 지게부대원을 기리는 추모비가 들어선다. 오는 7월 5일 백 장군 3주기 추모식에서 백 장군 동상과 지게부대원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다.

지게부대원 추모비는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가 사비로 1천200만 원을 들여 제작한다. "아버지와 함께 싸운 지게부대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게 백 여사의 얘기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3년, 정전(停戰) 70년이 되는 해다. 북한의 침략을 막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적화(赤化)됐을 것이고 우리는 북한 '김씨 왕조'의 착취와 압제에 신음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풍요는 지게부대원과 같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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