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호반베르디움 임대아파트, 쪽문 설치 놓고 입주민·시행사 '갈등'

입주민들 "학교·정류장 가려면 빙 둘러가야 한다"
호반 측 "쪽문 설치하면 관리비 상승한다"며 반대

구미 호반베르디움 아파트와 학교를 연결하는 보행로는 있지만 쪽문이 없어 학생들이 철제 울타리를 넘어 하교를 하고 있다. 입주민 제공
구미 호반베르디움 아파트와 학교를 연결하는 보행로는 있지만 쪽문이 없어 학생들이 철제 울타리를 넘어 하교를 하고 있다. 입주민 제공

경북 구미에서 아파트 단지 쪽문 설치를 두고 입주민과 아파트 시행사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민들은 초등학교 등·하교 등 입주민 편의를 위해 쪽문 설치를 요구하는 반면, 아파트 시행사는 관리비 상승 등 또다른 민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12일 오후 1시 30분쯤 구미시 산동읍 호반베르디움 엘리트시티 아파트. 지난 2019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의 가구 수는 2천92가구(입주민 5천여명)로 구미지역 임대아파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하교를 하던 초등학생들이 출·입구가 아닌 아파트 철제 울타리를 타넘고 있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진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입주민들이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울타리를 넘나들고 있었다.

상당수 입주민들이 등·하교를 하거나 버스정류장에 갈 때 아파트 정·후문을 거치면 10분 정도 걸리지만, 울타리를 가로지르면 1~2분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마다 펼쳐지는 이 광경은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참다못한 입주민들이 지난해 말 쪽문 설치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입주민 96.7%가 찬성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시행사인 티에스자산개발(호반산업의 자회사)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단지 내 쪽문 2개소 설치를 요청했다.

구미시도 주민 의견에 공감하며 약 400만원을 들여 아파트와 학교를 연결하는 보행로를 개설했다. 단지 옆에 있는 구미원당초등학교도 아이들의 편리한 등·하교를 위해 학교 가장 자리에 쪽문을 설치했다.

하지만 티에스자산개발은 단지 내 쪽문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티에스자산개발은 입주민들에게 공문을 통해 "우리 아파트는 공공건설임대아파트로 임대의무기간(10년) 동안 사업주체 하에 관리되는 단지"라며 "쪽문 설치는 일부 입주민의 출입 편리성만을 위한 것으로 설치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어 "쪽문을 설치하면 오히려 인근 단지에서 인구가 유입돼 이에 따른 경비인력 보강 및 CCTV 설치 등 관리비 상승으로 또다른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호반 측의 비협조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항변한다. 입주민 A씨는 "주변에 있는 20개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입주민 편의를 위해 모두 쪽문을 설치했는데 우리 단지에만 쪽문이 없다. 구미시에서 보행로를 만들어주고 학교에서도 쪽문을 설치해 주었는데 호반 측의 반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호반 측은 임대아파트라는 이유로 입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행사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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