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라는 말을 들으면 연달아 천재와 수재가 떠오른다. 하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천재는 탁월한 지능을 타고난 경우를 의미하고, 수재는 소속된 집단에서 능력이 매우 출중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면 영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재교육 진흥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 즉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높은 지능이나 재능을 가진 어린이를 의미한다.
나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무수히 많은 학생을 만났다. 또한 방과 후에 과학과 수학 영재 수업을 하기도 했고, 현재 대구문예영재창작교육원에서 중학교 문예영재반을 지도하고 있다. 영재 수업을 진행하면서 만난 학생들을 떠올려 보면 지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한 경우가 제법 있다. 그렇지만 지능이 뛰어난 학생들이 모두 영재라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학생들이 영재이고, 영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를 거쳐 간 영재 학생들
초등학교 5~6학년 과학‧수학 영재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였다. 수업 시간에 배운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서 도구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을 줬다. 10분쯤 지나자, 대부분의 학생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30분쯤 지나자, 학생 중 삼분의 일 이상은 장난을 치거나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주어진 40분의 시간이 되었을 때, 대부분 학생은 과제가 힘들다고 투덜대면서 만지던 도구에서 손을 뗐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발표하게 하려고 하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좀 더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학생은 매우 간절한 표정으로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나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학생을 위해 조금 더 기다렸다. 이 학생의 태도를 보면서 영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과제 집착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제 집착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끈기를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이다. 과제 몰입력과 비슷한 의미이기도 하다.
◆'영재성'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은 영재교육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매우 뛰어난 지능이나 재능을 지닌 일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그랬다. 교사가 됐지만, 학창 시절 나는 영재가 아니었고 영재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하다못해 영재인 친구조차 없었다. 영재는 나와 다른 아주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사가 되어 영재 학생들을 만나서 가르치면서 영재에 대한 선입견이 서서히 벗겨졌다.
물론 우리가 영재라고 칭하는 학생들은 지능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능보다 창의성이 뛰어나야 한다. 창의성은 지능과는 다르지만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재성을 가지려면 평균 이상의 지능과 창의성, 과제 몰입력을 함께 가져야 한다. 단순한 지식을 많이 암기하고 있다고 영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천력이 더 필요하다. 즉 앎에서 함으로 나아가는 적용 능력이 동반돼야 한다.
◆영재교육이 필요한 걸까?
대부분 학생이 평범한데 영재교육은 일부 학생들만 하는 소수를 위한 교육이라고 여겨질 수가 있다. 그렇다면 영재교육이 필요한 걸까?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구절벽을 맞이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영재교육이 필요하다. 단, 영재교육을 소수의 학생에게만 적용한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재교육의 대상이 학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면, 여전히 배움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 배울 기회가 더 많다. 따라서 영재교육은 모든 학생들을 영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지닌 영재성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요즘은 비스코프(bespoke) 시대이다. 냉장고도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선택해서 다양한 색깔로 구성할 수 있듯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식 영재교육이 필요하다. 획일적으로 만들어 내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 속에 숨겨져 있던 창의성을 일깨우고 끈기를 지니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몰입력을 키워줘야 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일당백 교육을 해야 한다. 학생 한 명이 백 명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위태로울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재교육을 일반화해서 더 확장 시켜 나가야 한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제 우리는 영재교육이라는 변화를 중심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영재교육에서 중요한 건 학생들의 창의성과 과제몰입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걸 명심하면서 말이다.
교실전달자(초등학교 교사, 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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