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일머니로 축구 스타 삼키는 블랙홀 사우디

호날두 이어 벤제마도 사우디 프로리그로
메시 등 이적 루머 있는 스타들도 여럿
아시안컵 유치, 2030 월드컵 유치도 관심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는 카림 벤제마가 7일(한국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의 알이티하드와 계약, 사인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는 카림 벤제마가 7일(한국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의 알이티하드와 계약, 사인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세계 프로축구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거액을 제시하며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자국 프로축구 리그로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가 7일(한국 시간) 사우디의 알이티하드로 이적했다. 알이티하드는 2022-2023시즌 사우디 리그 챔피언. 세부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2년 간 4억유로(약 5천500억원)라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롱도르 수상자가 사우디의 손을 잡은 건 이번이 두 번째. 2022년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연봉 2억유로에 알나스르로 둥지를 옮겼다. 호날두와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9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벤제마의 뒤를 이어 사우디로 향할 스타들의 이름이 여럿 오르내린다.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난 리오넬 메시에게 알힐랄이 거액을 제시했다는 얘기도 돈다. 알힐랄은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장현수가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FC바르셀로나와 작별을 고한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도 사우디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 리버풀과 헤어질 것으로 보이는 호베르투 피르미누, 첼시와 계약이 끝나는 은골로 캉테, PSG를 떠난 세르히오 라모스도 사우디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토트넘의 손흥민에게도 제의가 갔다는 말이 나온다.

예전에도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중동으로 건너가 거액을 받으며 노후를 대비한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럽 주요 무대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에도 중동으로 둥지를 옮기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마치 2010년대 중반 중국이 막대한 자금으로 세계 축구 스타들을 끌어모으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당시 중국은 '축구굴기'라며 거액을 들여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오스카, 파울리뉴, 헐크 등을 쓸어 담았고 황혼기에 접어든 스타들도 여럿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우디는 축구에 돈과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2023 FIFA 클럽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2030년 월드컵 개최도 도전한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인수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어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4위에 올라 21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PIF는 5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사우디 프로리그의 빅클럽으로 불리는 알힐랄,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아흘리 등 4개 구단을 인수해 법인화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스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덩치를 키우고 체계를 정비, 세계 축구계의 큰손을 넘어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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