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국회의원 교체 요구가 가장 높은 대구경북 민심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22대 총선일이 내년 4월 10일이다. 10개월을 앞둔 대구경북 지역의 총선 민심이 심상치 않다. 한길리서치 5월 정기 조사(5월 6∼8일, 1천20명, 유선전화면접 11%·무선ARS 89%,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대구경북 지역민은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교체 여부에 대해 56.2%가 '교체되는 것이 더 낫다'로 응답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다. 그래서 대체로 변화보다는 안정 지향적이며, 그러다 보니 정치적으로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재신임하는 경향이 높다. 또한 대구경북은 고령화가 빨라 고령층도 많다. 이러한 고령층 역시 안정을 원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국회의원 교체 의견이 낮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다는 것은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의 불만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교체 요구가 높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아무래도 지역 경제일 것이다. 통계청의 1인당 시·도 지역별 소득을 보면 2000년 16개 시·도 순위에서 대구는 827만4천 원으로 5위, 경북은 811만6천 원으로 9위였다. 당시 광주와 전남은 10위와 11위였다. 그로부터 21년 후 2021년 순위에서 대구는 17개 시·도 중 2천104만6천 원으로 11위, 경북은 2천66만7천 원으로 15위를 차지, 대구는 8개 광역시 중 꼴찌, 경북은 광역도 중에서 경북보다 후순위의 경남보다 1만7천 원, 제주보다 19만2천 원 많기는 했지만 사실상 경남·제주와 함께 최하위다. 같은 기간 동안 부산은 2000년 4위에서 2021년 7위로 3단계 하락해서 6단계 하락한 대구보다는 선방했다. 반면 광주는 2000년 11위에서 2021년 4위로 7단계 상승했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의 변화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누구보다 먼저 체감할 것이다. 당장은 경제적 어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의 중심이라 생각한 대구경북이, 산업화의 결과가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참담한 자긍심에 대한 상실감일 것이다.

도대체 21년 동안 대구경북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20년 이상을 거슬러 그 기간의 과정을 분석해서 원인과 책임을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겠지만, 이와는 별건으로 대구경북민들이 현재의 대구경북 상황에 대해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신호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안정을 원하는 대구경북에서는 어지간하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에 대한 재신임을 해줬다. 광주와 비교해 볼 때 현재 21대 국회의원 기준, 대구 12개 지역구의 국회의원 평균 선수는 1.833선이며, 5선 1명, 3선 2명, 재선 2명이다. 반면 8개 지역구의 광주 국회의원 평균 선수는 1.125선이며, 재선 의원은 1명뿐이다. 단체장도 민선 시장으로 재선을 한 대구시장은 3명이지만, 광주는 1명밖에 없다. 이는 5위에서 10위로 하락한 대구와 10위에서 4위로 상승한 광주와 비교해 보면 국회의원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선수가 높다고 해서 지역 발전을 끌어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숫자가 더 많고, 선수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발전에 역할을 못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두 번째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교체 욕구가 높은 이유는 지역 의원들의 존재감 때문이다. 과거나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 중에서 전국적 대중적 리더로서 성장한 국회의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 대구경북에서는 리더형 정치인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관리나 참모형이다. 그러다 보니 역대 대구경북 다선 의원 출신 중에서 유승민을 제외하고는 대권에 도전한 국회의원이 없다. 그렇다고 초선 중에서 보수 혁신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중적 잠재력을 보이는 인물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도 많지 않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의 국회의원 교체에 대한 높은 여론이 내년 대구경북 지역 현역 국회의원 교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이 민심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 민심은 국회의원 교체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의 경제적 상황과 전국 시도에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교체 요구가 높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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