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뜰리에 in 대구] 손노리 작가 “일상이 곧 예술, 예술이 곧 일상”

일상 속 다양한 사물 재조합해 작품으로
“나다움 발견하고 자유로워지고자 작업”

손노리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턱에 괸 작품은 지난 11일까지 갤러리토마에서 전시한 작품 중 하나다. 이연정 기자
손노리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턱에 괸 작품은 지난 11일까지 갤러리토마에서 전시한 작품 중 하나다. 이연정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에 위치한 손노리 작가의 작업실. 그가 만든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연정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에 위치한 손노리 작가의 작업실. 그가 만든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연정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에 위치한 손노리 작가의 작업실. 그가 만든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연정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에 위치한 손노리 작가의 작업실. 그가 만든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연정 기자

'일상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일상이다'는 말은 손노리(50)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다.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에 자리한 작업실은 작가의 이름처럼 '놀이'가 가득한 실험실이자 파라다이스다.

개의 머리가 된 벽시계, 물 없는 수조에서 말없이 춤만 추는 인형, 실패로 장식한 전등 갓, 미키마우스 모양을 한 파우더 팩트부터 페트병과 선풍기 뚜껑, 자전거 바퀴, 출처를 알 수 없는 기계 부품 등 분명 일상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물건들이 작품으로 변신해 작업실을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보통 낮에는 아이들에게 미술 교육을, 밤에는 제 작업을 해요. 달아놓은 작품 중에는 완성작도 있고 작업 중인 것도 있어요. 항상 곁에 놓여진 물건들을 바라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작업을 해야하는 찰나가 옵니다. 예를 들어 코르크 마개가 코끼리 다리로 보이는 찰나, 코끼리의 코와 귀를 채울 종이상자라던지 알루미늄판 등의 소재들이 잇따라 생각나죠. 단순히 코끼리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어떤 지점에서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게 연결돼서, 필요한 기억과 감각을 끌어와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일상의 일부이자 일상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사물을 연결하고, 그 연결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인식돼온 하나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과정이 된다. 그렇게 새로운 사물이 되고, 또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다. 즉 사물은 연결과 소통의 메타포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 마음대로 물건들을 분해해보던 어린 시절에는 그 물건의 실제 기능이 무엇인지, 얼마나 소용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원초적인 호기심과 생김새, 느낌만으로 물건들은 재조합되고 새로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재료가 됐던 어린아이였을 때 말이다.

작가는 "누군가는 '물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연구를 해라', '재료 선택을 신중히 해라'고도 말했지만, 모두가 지향하는 방식으로만 따라간다면 창조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술을 전공했지만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한 것은 불혹 즈음이었다. 나다움을 발견하고 싶어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가 그 이유였다. 세상 모든 일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자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규칙도 기준도 정해져있지 않다. 미술을 한다는 건 그러한 아름다움을 찾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끊임 없는 움직임이 바로 나라는 걸 느끼면서"라고 말했다.

자유로움을 향한 그의 작업은 현실과 맞물리며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어나가기도 한다. 설치 작업이 많다보니 작업할수록 작업실이 가득 찼고, 전시가 끝나면 작품이 돌아올 곳이 없어 여러 곳에 신세를 지거나 버려야하는 일도 생겼다.

작업 자체에 대한 고민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때, 그는 무작정 저녁마다 신천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가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손가락으로 그렸고, 그 드로잉 작업을 모아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갤러리토마에서 전시를 열었다.

"드로잉 또한 작업이다 여기고 시작했다기보다, 본래 내 작업 스타일처럼 그저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앞으로 정해진 작업의 방향도 없어요. 다만 지난 업적에 머무르는 바 없이 행동하는 미술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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