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불안한 사회와 예술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우리는 왜 예술에 끌릴까? 사람들은 왜 그토록 예술을 접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세기가 바뀌어갈수록 힘들어질 인간들을 위해 상상과 망상이라는 요소들이 필요하다. 상상과 망상을 좀 더 창의적인 요소로 전환시켜 본다면 예술이라는 아름다운 분야가 탄생할 수 있다.이처럼 예술은 꿈을 꿀 수 있는 통로이며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솔직할 수 있고 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쩌면 오늘날의 예술의 발전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질 인간을 위해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둔 신의 선물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매우 감사하게 된다. 특히 공연이 끝나고 감동으로 벅찬 표정의 관객들을 보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세월이 갈수록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를 둘러싼 주변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 불안감이 깊어지는 듯하다. 퇴근길에 자주 들리는 빵집이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전망이 아름다운 카페 등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소한 일상이 영원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과는 다르게 예술은 영원불변하므로 그 존재만으로 많은 위안을 준다. 또한 예술 속 인물에게 몰입하게 만들어 공감하게 되며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과 순화 과정을 겪는 것이다. 또한 고흐와 같은 예술가의 히스토리를 들으며 우리는 예술가가 겪었을 경험을 재경험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어쩌면 삶이란 것은 나를 가장 이해해 줄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핵심 가치는 '공감'이다. 공감은 나의 불안감의 가장 큰 치유법이기 때문이다. 군중들 속에서 공감이라는 가치를 느낄 때마다 불안의 요소가 줄어드는 경험이 들었다. 관객의 일부로서 다른 이들과 함께 느끼는 공감이라는 감정은 공연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이 감정을 겪을 때는 불안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삶을 잘 살았다는 건 불안한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보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우리는 욕구를 억압하며 현실 법칙에 맞춰 다소 건조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스스로 인식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술은 창조라는 단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이탈을 허용하는데 이 작업에서 우리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술을 통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해가 깊어진다. 그리스로마신화만 보더라도 신들의 얘기를 통해 인간세계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며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지금 무엇이 당신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가? 사실 이런 얘기들은 현재 불안하고 힘든 사람에게는 현실감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듯이 정신을 위해 예술로서 평소에 단련해 놓은 사람은 살아가다 힘든 일이 예고도 없이 닥쳤을 때 그동안 친하게 지내놓은 예술이 주는 심리적 지지로 그 누구보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예술은 그런 나를 칭찬해주듯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지켜주는 친절 또한 베풀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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