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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최대 규모 SW 집적단지'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뜬다

대구시, 총 2조2천억원 투입 '디지털 혁신' 5대 프로젝트 추진
2030년까지 창업·교육 앵커시설, 센서반도체 실증단지 등 계획
구역 확장 등으로 ABB 산업 중심 '제2 판교테크노밸리'로 육성

31일 대구 수성구 SW융합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31일 대구 수성구 SW융합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대구 디지털 혁신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8월 31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찾았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도 자리했다. 대구시와 '디지털 융합·혁신 가속화'를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비전도 선포했다.

수성알파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는 5대 신산업으로 제시한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산업을 중심으로 수성알파시티를 '판교테크노밸리'와 맞먹는 산업 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5대 프로젝트에 2조2천억원 투입

대구시는 2030년까지 총 2조2천억원을 투입하는 '디지털 혁신 5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디지털혁신 중심도시로 도약 ▷센서 반도체 핵심기술 실증사업 ▷차세대 블록체인 산업육성 ▷메타버스 융합 기술 고도화 지원 ▷AI(인공지능) 자율제조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다.

'미래 디지털혁신 중심도시 도약' 프로젝트에만 1조4천500억원을 투자한다. ABB 인재를 양성하고 창업을 돕는 앵커시설, 가칭 '소프트웨어 스타디움-D'를 구축하고 기업, 국내외 대학과 연계한 연구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로봇, 의료, 모빌리티에 관한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사업비 2천억원 규모의 '센서 반도체 핵심기술 실증사업'을 통해서는 '센서 반도체 집적단지'를 조성한 뒤 센서 반도체 활용 시제품 개발, 상용화를 지원하는 테스트베드(성능 시험장)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을 잇는 자율제조 클러스터 'AI 자율제조 클러스터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5개 영남권 지방자치단체가 연합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다. 대구시의 경우 2천억원을 들여 지능형 기계 분야를 특성화할 생각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혁신 지원센터를 구축해 정보보호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차세대 블록체인 산업육성'(2천500억원 규모), 메타버스 플랫폼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메타버스 허브센터'와 '버추얼(가상) 스튜디오'를 구축·운영하는 '메타버스 융합 기술 고도화 지원'(1천억원 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들 중심에 수성알파시티가 있다. 애초 대구시는 지난해 8월 과기정통부와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8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구시는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글로벌 인재 양성 ▷인재 창업·교육 앵커시설 구축 ▷국가디지털데이터허브 구축 등 4개 과제를 '미래 디지털혁신 중심도시 도약'으로 통합해 5대 프로젝트로 축약했다.

과기정통부는 산하 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통해 사업 기획 고도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프로젝트 첫 단추를 끼웠다. 수성알파시티가 부산 센텀시티와 함께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혁신거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 대구시는 디지털 인프라 기반 조성과 기업 사업화 지원,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 등에 사용할 국비 63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지방비를 더해 총 165억원으로 2025년까지 3년간 ABB 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업·인재가 정착,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우선 대구스마트시티센터를 중심으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스텍(포항공대), 경북대, 계명대 4개 대학 7개 연구실과 석·박사급 인력 40여명을 유치해 'R&BD(사업화 연계 연구개발) 협업센터'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구 수성알파시티 전경.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제공
대구 수성알파시티 전경.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제공

◆ 구역 확장해 '제2 판교테크노밸리'로

대구시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수성알파시티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 SW(소프트웨어) 기업 집적단지다. 수성구 대흥동 일대에 97만6천693㎡ 규모로 조성돼 있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SW융합기술지원센터를 시작으로 빅데이터활용센터,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제작거점센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영남소프트웨어시험센터, 대구스마트시티센터 등 기업지원시설 13곳, IT(정보통신기술)·SW 기업 139곳이 입주해 있다. 상근하는 종사자는 모두 3천650명이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주거 인프라도 발달했다. 가까운 거리에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대구미술관, 대구스타디움 등 여가시설이 있고, 자연 친화적 콘셉트의 복합쇼핑몰, 가칭 '타임빌라스 수성'도 건립 예정이다.

수성알파시티는 2008년 해외 투자자본, 기술을 유치하도록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 혜택을 부여하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2018년 기업 입주가 시작됐다. 처음 의료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계획된 이 구역은 지식서비스 산업지구로 변모해 왔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12월 의료시설용지 5만6천㎡를 지식기반산업시설 용지로 용도 변경한다고 고시했다. 기업이 입주할 용지를 늘리기 위해 나머지 의료시설용지 2만6천㎡도 올해 안에 용도 변경을 마칠 예정이다.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는 IT·BT(생명공학기술)·CT(문화콘텐츠기술)·NT(나노기술) 중심의 혁신 클러스터다. 'R(Research), P(People), I(Information), T(Trade)가 집적된 글로벌 융복합 R&D(연구개발) 허브'를 표방한다.

판교신도시 개발지구에 66만1천㎡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1천642곳이다. 이 중 1천82곳이 IT 기업, 233곳이 BT 기업, 161곳이 CT 기업에 해당한다. 87%(1천408곳)는 중소기업이고 중견기업이 7.4%(120곳), 대기업이 4.2%(68곳)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 전체 매출액은 120조8천억원이다. 종사자는 총 7만3천443명으로 조사됐다.

수성알파시티와 비교하면 입주기업 수는 12배, 종사자는 20배 수준이다. 기업이 입주하기 시작한 때(2011년)는 수성알파시티를 7년 앞섰다. 대구시는 기업 정주 공간이 부족하다고 보고, 구역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제2 수성알파시티'다. 대구도시개발공사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로 인한 수요 변화 등을 고려해 개발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은 최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디지털 경제 도시로 도약하려면 '디지털 허브도시' 위상을 선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실성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산업계, 학계, 지방 정부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하 대경ICT산업협회장은 "ABB 산업을 지역 성장 동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의 초석으로 삼기 위해서는 대구 중심의 빅데이터 특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성알파시티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개요도. 대구시 제공
수성알파시티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개요도.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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