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시원한 '밀림'에서 파충류와 교감해보세요!

거친 바위·안개·이끼·물웅덩이…밀림 한가운데 들어선 듯
도마뱀·거북이…400여 마리 파충류 보고 만지며 교감
주 고객층인 아이들 안심하고 먹도록 유기농 재료 사용

6월, 이글거리는 햇볕과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가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대구는 특히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무더운 더위를 자랑한다. 게다가 올해는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시민들은 벌써부터 땀을 식힐 만한 실내 공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대구 남구(용두길 16)에 위치한 밀림은 시원한 숲속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더위에 지친 손님들이 찾기 안성맞춤이다.

◆ 공간 그 자체로 하나의 밀림

밀림 2층 중앙부에는 자갈, 이끼, 풀잎, 실내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밀림 제공
밀림 2층 중앙부에는 자갈, 이끼, 풀잎, 실내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밀림 제공

밀림 2층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살갗에 닿았다. 좁게 난 창 때문인지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더욱 찬기가 느껴진다. 검게 칠해진 벽면은 공간을 어둡게 해 밤낮을 분간할 수 없게 한다.

"일반적인 카페에 비해 유리창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게 냈다. 밀림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햇빛은 거의 차단되고, 나무들 사이로만 새어 들어오지 않느냐. 그 느낌을 연출했다" 밀림을 운영하는 김병호(42) 대표가 카페 인테리어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밀림은 그의 말처럼 숲속 그 자체. 4층짜리 건물은 주차장인 1층을 제외하고, 층마다 밀림을 연상하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2층은 청계천처럼 중앙부가 움푹 들어간 구조다. 이곳에 자갈을 깔고 이끼, 나무, 풀잎, 실내 연못을 조성했다. 아래에는 쿨링포그(안개형 냉각 시스템)를 깔았다. 뿜어져 나오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 물 머금은 축축한 자갈은 습한 밀림을 떠오르게 한다.

2층이 밀림 숲 그 자체라면, 3층에는 '모던함' 한 방울을 추가했다.

밀림 3층에는 현대적 느낌의 흰 건축물이 놓여 있다. 시시각각 조명이 바뀌어 보는 재미가 있다. 밀림 제공
밀림 3층에는 현대적 느낌의 흰 건축물이 놓여 있다. 시시각각 조명이 바뀌어 보는 재미가 있다. 밀림 제공

3층에 들어가자, 흰 건축물이 눈에 띈다. 현대 미술관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림이 걸려있지는 않지만, 건축물 위에 달린 조명이 시시각각 바뀌어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자연적 요소도 빠질 수 없다. 이곳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이 공간에도 거친 바위와 큰 화분, 위아래로 물 분사기가 설치돼 있다. 이는 물안개가 피어오른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밀림은 인테리어 디테일을 잘 살려 2022년 대구시 건축상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매일신문 2022년 10월 6일 보도)

김 대표는 "건물은 숲, 매장은 밀림 깊은 곳을 표현하고자 했다. 외관 위쪽을 살펴보면, 세로로 길게 뻗은 얇은 기둥이 있다. 이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것처럼 보이게 한다. 건물 자체로 하나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매장 안은 안개, 거친 바위, 물웅덩이를 조성해 밀림 깊은 곳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 파충류의 매력에 흠뻑

호주에 서식하는 에게르니아 호스머리. 숨는걸 좋아하는 파충류이다. 밀림 제공
호주에 서식하는 에게르니아 호스머리. 숨는걸 좋아하는 파충류이다. 밀림 제공

밀림의 백미는 4층 파충류 갤러리다. 희귀종을 포함해 도마뱀, 거북이, 뱀 등 400여 마리 파충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양쪽 눈이 각기 다르게 움직이는 카멜레온, 엄지손가락 크기의 새끼 거북이. 파충류가 이렇게 매력적인 동물이었나, 눈을 뗄 수 없다.

밀림이 파충류 카페가 된 사연은 조금 특이하다. 2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파충류 수백 마리를 키우던 김 대표. 파충류가 번식하면서 사육 공간이 점점 좁아졌고, 결국 카페 일과 접목했다고.

밀림 4층 파충류 갤러리. 400여 마리의 파충류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밀림 제공
밀림 4층 파충류 갤러리. 400여 마리의 파충류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밀림 제공

김 대표는 담당 직원을 따로 둘 만큼 파충류 관리에 신경 쓴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을 때, 직원이 이구아나의 물을 갈아주고 있었다. 김 대표는 "파충류는 온습도에 민감하다"면서 "오전에는 주행성, 오후에는 야행성 동물을 관리한다. 요일별, 파충류 종류별로도 따로 관리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파충류와 교감도 가능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 '신비한 동물 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48개월 이상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어려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보호자 없이 혼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참가할 수 있다. 비용은 2만원.

수업은 매일 13시, 15시, 18시 세 타임에 나눠 진행된다. 보호자가 2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1시간 동안 수업을 듣는다. 매장에 있는 파충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온순한 동물에 한정해 먹이 주기 체험도 한다. 아이들은 도마뱀을 만질 수도, 커다란 뱀을 목에 두를 수도 있다.

다만 김 대표는 보호자에게 아이들 교육을 당부했다. "일부 어린아이들은 동물을 생명 그 자체로 대하기보다 호기심으로 거칠게 다룬다. 카페를 하기 전부터, 5년 이상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이다. 보호자로서 당부드린다. '파충류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다뤄달라'고 교육해달라"

◆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특별한 메뉴들
진짜 밀림은 기껏해야 야자수로 목을 축이는 게 전부이지만, 카페 밀림에서는 브런치, 디저트, 음료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무와 바위를 떠오르게 하는 밀림 테린느(6천원), 무스 오 쇼콜라(6천500원)는 밀림의 대표 메뉴다.

밀림의 디저트 메뉴인 밀림 테린느(왼쪽부터), 무스 오 쇼콜라, 멜로우 화이트 치즈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밀림 제공
밀림의 디저트 메뉴인 밀림 테린느(왼쪽부터), 무스 오 쇼콜라, 멜로우 화이트 치즈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밀림 제공

밀림 테린느의 녹색은 절로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맛도 일품이다. 꾸덕하고 쫀득한 식감에 쌉싸름한 제주 말차, 부드러운 화이트초콜릿이 조화를 이룬다. 테린느는 냉동고에 보관해 뒀다가 상온에 꺼내 녹여 먹는 방식과 냉장 보관했다가 바로 먹는 방식이 있다. 밀림은 항상 후자를 택한다.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것은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촉촉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

무스 오 쇼콜라는 진한 다크 초콜릿을 거품처럼 부드러운 무스로 만든 것이다. 이 위에 크림을 얹어 부드러움을 한층 더 가미했다. 우유 향이 강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맛으로, 입 안에 넣으면 달콤함이 퍼진다. 플레이팅도 독특하다. 무스 주변에 스트로이젤(과자 부스러기)을 뿌려 거친 돌의 질감을 표현했다. 함께 먹으면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밀림 디저트는 시각적으로만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맛도 자연적이다. 건강한 맛을 위해 좋은 재료에 신경 썼다.

주 고객층이 아이들이다 보니 재료 하나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단다. 밀가루는 프랑스 유기농 제품을 사용한다. 버터도 프랑스 정부에서 우수한 지역 특산물에만 부여하는 AOP 인증 상품만 고집한다. 과일 음료에 들어가는 베이스는 직접 청을 만들어 쓴다. 브런치 메뉴인 햄치즈 캐롯라페 샌드위치(1만5천원), 쉬림프 에그 치아바타(1만5천원)에도 신선한 야채만 넣는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메뉴도 연구 중이다. 거북이 멜론 빵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캐럭터 모양 쿠키와 빵이 머지않아 밀림에 상륙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파충류가 있는 카페로 알려져 있다 보니 '메인은 동물, 음식 메뉴는 사이드'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밀가루도 유기농, 음료에 들어가는 과일청도 수제 일만큼 매일 좋은 재료로 좋은 맛을 낸다"며 "파충류가 아닌 음식을 먹는 카페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밀림은 2층 테이블 밑에 쿨링포그를 설치해 마치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수현 기자
밀림은 2층 테이블 밑에 쿨링포그를 설치해 마치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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