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맨발학교 교장 "맨발로 걸어보세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요"

흙 밟음으로써 변화 13년가량 공부…무좀 불면증 안구건조증 이명 사라져
아이들 면역력·인성 향상에도 도움
대구서만 100명 넘는 모임 10여 곳…"자연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즐겼으면"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가 특수통합교육관 앞에 있는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가 특수통합교육관 앞에 있는 '오감만족 행복 맨발길'에 맨발로 섰다. 이화섭 기자.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대구교육대학교 특수교육통합관 앞에는 길이 20m 안팎의 흙길이 있다. '오감만족 행복 맨발길'이라고 붙여진 이 길은 실제로 맨발로 흙의 질감을 느끼며 걸어볼 수 있다. 흙을 밟으며 걷기 어려운 도시에서 잠깐이나마 자연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이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온 것일까?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권택환 교수(특수통합교육과)다. 권 교수는 2013년 대구에서 '맨발학교'를 설립, 대구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맨발 걷기를 전파하고 있는 '맨발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대구 남구와 수성구의 경우 권 교수의 맨발 걷기를 지역민의 체험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함께 맨발 걷기의 이로움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권 교수가 처음 맨발로 흙길을 밟아본 것은 2000년대 초 교육부에 장학사로 근무하면서부터다.

"흙을 가까이 하고 자연을 가까이 한 아이들이 인성이 좋고 아토피,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등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흙을 연구하고, 자연을 연구하고, 흙을 만지고 밟으면서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공부를 13년 가량 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맨발로 걸어보기도 했는데 건강이 좋아진다는 느낌도 받았죠. 2013년 대구교대에 교수로 오면서 '맨발 걷기에 대해 공부한 것을 실천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맨발학교' 입니다."

권 교수는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적어도 자기 몸에 있던 여섯 가지 정도의 질병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발에 바람이 통하니 무좀이 사라졌고, 불면증, 안구건조증, 소화불량, 이명, 비문증 등이 없어지거나 많이 나아졌다는 것. 흙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해서 만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권 교수는 흙을 만지고 밟음으로써 주는 이로움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만약 흙이 더러운 것이라면 매일 농사지으면서 흙을 만지는 농민들은 수명이 짧아야겠죠. 하지만 그렇지는 않잖아요. 특히 요즘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흙과 모래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이 세균에 노출돼서 감염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 덕분에 면역력을 더 키울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성에도 훨씬 도움이 되고요. 그래서 적어도 흙을 만지는 게 꺼려진다면 밟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13년 맨발 걷기에 관심을 보인 지인들 5명과 함께 시작한 '맨발학교'는 지금 대구에서만 100명이 넘는 모임이 10여 개 만들어져 있으며, 구미, 포항 등 경북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건물, 교사, 교재, 시험, 시간표가 없는 맨발학교는 맨발 걷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권 교수가 참여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매일 맨발로 걷는 모습을 인증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100일이 되면 수상자와 시상자가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상장을, 1천일, 2천일이 되면 축하 배지를 받기도 한다.

맨발학교를 통해 맨발 걷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활력을 얻고 건강도 찾았다고 말한다. 권 교수는 사람들이 맨발 걷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책도 준비 중이며 앞으로도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통해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서 좋아진 몸으로 좋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우리가 맨발로 걸었을 때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이유는 결국 자연이 치유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연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맨발 걷기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맨발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방법을 알리고 맨발 걷기 문화가 건강하게 확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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