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에 검은 리본 단 대구 변호사들…위험 노출 여전

"너무 안타까운 사고"…"1년 흘렀지만, 여전히 실감나지 않아"
'갈등 속에서 일하는 직업'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어
오는 9일 오전 10시 희생자 추모식 예정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1주기를 앞둔 7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변호사회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애도를 표하는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대구변호사회는 이날부터 9일까지를 방화 사건 희생자 1주기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검은 리본을 패용한다고 밝혔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8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법률 사무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왼쪽 가슴에는 '추모'라고 적힌 검은 리본이 달려있었다.

한 직원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동료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만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모두 애도의 뜻을 담아 리본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변호사회 관계자도 "전날부터 많은 법조인이 사무실을 들러 근조 리본을 받아 갔다"고 설명했다.

오는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지역 법률 사무소 곳곳에서 안타까운 참사로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故 김규석 변호사와 가깝게 지냈다던 한 변호사는 "사건이 있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녁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했었다"며 "지금까지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패소와 승소가 명확하게 나뉘다 보니 고성이나 다툼이 항상 오간다. 최근에도 점심시간에 한 법률 사무소를 지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사기꾼이라는 등 욕을 하고 있었다"며 "법원에서 판결 이유를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 주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당시 불이 났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그렇게 큰 참사가 발생할 줄을 생각도 못 했었다.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이후로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겨서도 안 되고, 져서도 안 되는 사람이 됐다"고 토로했다.

참사 이후 대한변호사협회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안전의식을 고취하고자 매년 6월 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정했다. 오는 9일 오전 10시에는 방화참사 희생자 추모식이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대구변호사회에서 열린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는 "소송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변호사에게 전가하는 일이 지금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며 "상대 변호사에 대한 테러행위가 반복되면 피해는 변호사뿐 아니라 소송을 해야 하는 시민들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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