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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건설사의 딜레마…"아파트 사업 해야 할까요?"

신규 분양 지난해 11월이 마지막…대구 주택시장 혹한길 고민 깊어
역외 진출·관급공사 수주전 "학교 하나 지어봐야 100억, 10건 따내야 300가구 수준"
규모 작아서 큰 도움은 안돼…일 없어 협력사 이탈도 문제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매일신문 DB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매일신문 DB

"올 하반기에는 '안마당에서 주택사업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대구 한 건설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이렇듯 향토 건설사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대구 주택 시장이 한겨울이라 역외, 비주택 건설 등으로 눈을 돌리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한파를 견디기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들어 향토 건설사가 대구에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현재까지 한 곳도 없다. 지역 업체가 마지막으로 신규 분양에 들어간 건 지난해 11월 1건(두류역 서한포레스트)뿐이다. 여기에 신규 사업 수주 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구시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종합건설업체의 지역 내 수주 규모는 1조3천784억원으로 2021년(2조3천165억원)보다 40.5% 감소했다. 특히 민간에서 발주한 공사 중 수주한 규모는 2022년 9천348억원으로 2021년(1조8천838억원)보다 절반이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시도 지난 3월 '2023년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추진 계획'을 세우고 지역 건설산업을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건설본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공 건설공사가 모두 87건이 발주됐다. 공사비 규모도 3천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건수와 공사비 모두 늘었다"면서 "금리 인상 및 원자재·인건비 상승과 지역 내 주택 공급 물량 포화 등을 고려할 때 지역 건설 경기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공공 건설공사를 조기 발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화성산업, 서한, 태왕 등 대구 주요 건설사들이 역외 사업 진출, 아파트 외 건설 현장 참여 등에 나섰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급 공사나 비주택 사업을 수주하고 있지만 학교 하나 지어봐야 공사규모가 100억원 수준이다. 이런 공사 10건은 따내야 3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하나 짓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공능력, 시공능력평가액을 유지하려면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데,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사업성이 나쁘니 그 선택도 선뜻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종합건설사 관계자 역시 "역외 진출은 진짜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다. 경기도에 가서 수주전을 벌인다면 그쪽에서는 인지도가 전혀 없는 대구 건설사가 대기업 건설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역내 사업이 줄면서 협력업체도 일감이 떨어져 나갔다. 우리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하도급들이 나가떨어져 버리면 그것도 문제라 역내 주택 사업을 무작정 뒤로 미룰 수도 없을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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