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변호사회 4층 대회의실. 회의실 앞쪽 단상에는 수십 송이의 하얀 국화로 장식된 가운데 희생자 6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 추모(追慕)라고 적힌 검정 리본을 매단 이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단상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짓는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유가족 중 일부는 "잘 지내라"고 헌화하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무고한 희생자 6명이 발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 1주기 추모식이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9일 열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은 1년 전 사건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에 가슴을 쳤다.
이날 추모식은 유족과 변호사 등 법조계 관계자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사 및 추모사, 추모시 낭독, 추모 동영상 상영, 고인에 대한 묵념, 헌화‧분향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강윤구 대구변호사회장은 "어떤 노력과 정성으로도 죄 없이 죽어간 무고한 영혼들을 달랠 수 없고 유족들의 애끓는 아픔을 씻을 수 없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법 불신 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지만, 1년이 지난 오늘 빈손으로 돌아와 영정 앞에 서니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원고도 피고도 승패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라며 울먹였다.
이석화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전 대구변호사회장)과 국민의힘 김용판 대구시당위원장, 정용달 대구고등법원장도 추모사를 이어갔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률사무소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서 이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아야 진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할 수 있다"며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폭력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하고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과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 참사는 지난해 6월 9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지방법원 인근 한 변호사 사무실에 50대 남성이 불을 지르며 발생했다. 이 불로 방화범 천모 씨를 포함해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 등 7명이 숨졌고, 같은 건물에 있던 50여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천씨는 2013년 수성구 전통시장 재건축 사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상대방 변호사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은 천씨가 현장에서 숨지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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