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사기 특별법' 왜 만들었나요?…경매·공매로 보증금 회수 한계

대구 전세사기 피해 지원 신청 8일 기준 12건 접수, 피해액 21억원

지난 8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민들이
지난 8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민들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구 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책위는 피해 실태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더불어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를 통해 범죄수익 회수에 앞서 피해자들을 우선 지원해 줄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전세사기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이 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지원 범위가 좁고 대책에도 한계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전세사기 피해 접수는 모두 12건 이뤄졌다. 피해액은 21억원에 이른다. 최근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만큼 앞으로 신청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대구에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발생한 보증사고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54건으로 피해액은 138억4천400만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3월에는 남구 대명동, 서구 내당동 등 빌라 6채 임차인들을 상대로 54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받고 잠적한 이른바 '대구판 빌라왕 사건'의 집주인이 검거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77명에 달하고 피해금은 54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동구에서도 한 다세대 주택 임대인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무자본 갭 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17명에게 보증금 16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가로챈 보증금은 주식 투자나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거주하고 있는 광역시나 도에 피해 사실을 접수한 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들은 특별법에 따라 경‧공매 유예, 신용 회복과 무이자 대출 등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 회복 방안이 부족하고 특별법에 따른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경·공매를 유예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피해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후순위 임차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피해자들은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매입을 보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피해자들은 최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태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도 없고 전세사기 특별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다"며 "답답한 마음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 구성에 참여한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한 분들이 사기를 당했는데 다시 대출받아서 상황 극복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피해 구제가 아니라 피해 지연에 불과하다.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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