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앞마당인 쿠바에 군사정보 수집을 위한 도청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과 쿠바 외교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미국 의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짓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금난에 처한 쿠바를 설득했고 원칙적으로 도청기지를 건설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고작 160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할 경우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포함해 전역의 전자통신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메일, 전화, 위성 전송을 포함한 신호와 주변을 오가는 선박 통행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과거 1962년 옛 소련이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다가 미국과 전쟁 위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을 감안하면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건설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백악관과 쿠바 외교당국은 보도 내용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WSJ 보도와 관련해 "정확하지 않다"며 "중국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대응하는 조치를 통해 국내와 역내에서 우리의 모든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쿠바가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은 "해당 보도는 완전히 허위이며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CNN은 "쿠바가 섬에 중국 스파이 시설을 건설하는 데 동의했다"며 "미국도 수 주 전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후속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 전자통신 감시 시도는 지난 2월 정찰풍선 사태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과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부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 안보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도 중국 인근에서 군사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며 쿠바 도청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쿠바 내 도청 시설은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쿠바를 선택한 건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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