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싱하이밍의 공작(工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어 '공작'(工作)은 중국에서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일을 꾸민다'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그런 면에서 '공작에 능하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중국대사 관저로 초청, 한중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것도 그의 탁월한 공작(?) 덕분이다. 한중 수교(1992년) 이래로 중국대사가 정당 대표를 대사 관저로 공식 초청해서 만찬을 한 적이 없다.

한중 우호를 위한 자리임에도 싱 대사는 최근의 한중 관계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 '내정 간섭'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결국 우리 정부가 그를 외교부로 초치, 경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싱 대사의 파격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직후 한국에 부임한 그는 신임장을 받기도 전에 공격적인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대선 때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대통령이 "사드 배치 철회를 (중국이) 주장하려면 (한반도를 겨냥한 중국의)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하자 우리 언론매체에 기고문을 보내 반박하는 등 논란을 벌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싱 대사의 이 대표 초청은 제대로 된 공작의 소산이다.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거절당했음에도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사태 등에 직면, 궁지에 몰린 제1야당의 처지를 집중 공략해서 성사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북한에 유학을 가서 대학(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한 후 외교관으로서 첫 파견 근무지가 평양이었으며 한중 수교가 되자 서울로 이동했고 그 후 평양에서 두 차례 더 근무하는 등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안하무인 행보는 구한말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조선에 부임, 조선을 통치하려 한 위안스카이(袁世凱)를 떠올리게 한다. 싱 대사는 2004년 정무참사관 시절,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재선 취임식에 우리나라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려 하자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만행 저지에 나선 인물이기도 하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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