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특혜 채용 의혹만 감사 수용 선관위, 대대적 수술로 공신력 찾아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달 초 선관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 감사를 수용키로 한 선관위 결정은 여론에 떠밀린 면피성 조치다. 선관위는 "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에 밀려 감사원 감사를 일부 받기로 했지만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아빠 찬스' '고용 세습'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서도 선관위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에 목숨을 걸어야 할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산 것은 공정을 무너뜨린 행위다. 헌법상 독립기관이 지켜야 할 신뢰를 스스로 망가뜨려 놓고서 헌법상 독립기관 운운하면서 특권 지키기를 하는 선관위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물론 자성도 쇄신 의지도 없는 선관위의 무사태평한 태도 때문이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이어 선관위의 일탈이 점입가경이다. 중앙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주말에도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또한 지난해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휴직자 수가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고, 휴직자 업무를 대행하는 공무원 대부분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니라 정규직 경력 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선관위 간부들이 경력 채용을 자녀 특혜 채용을 위한 통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패의 온상으로 드러난 선관위가 내년 총선 관리를 한다면 그 결과를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선관위의 공신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선거 공정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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