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명(地名) 결정 권한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했다고 11일 밝혔다. 관련 시행령이 고쳐져 이날 시행되면서 지방정부가 동네 이름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명은 시·도의 지명위원회를 거친 뒤 국가지명위원회가 최종 결정해 왔다. 해당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과도하게 침해됐던 것은 물론, 지명을 바꾸는 데 2년 안팎의 세월이 걸리면서 도로 안내판 제작 등 후속 행정절차도 지연돼 왔다.
지명 결정 최종 권한이 시·도 지명위원회로 넘어가면 지명 변경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경우, 대구MBC가 사옥을 옮겨 가면서 개칭 필요성이 제기된 MBC네거리 새 이름을 '벤처밸리네거리'로 지난 2월 말 확정했지만 국가지명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여전히 남아 있어 새 이름이 적용되기까지 시차가 생긴다. 지역 정체성에 맞지 않는 지명을 고치는 노력도 활발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일제가 민족정신 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제멋대로 바꿔 만든 지명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지명을 지방정부 권한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몹시 기쁜 일이고, 지역민들의 자존감이 한껏 커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여태 이런 작은 권한조차 지방정부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1991년 지방의회가, 1995년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정부가 부활해 출범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자치와 분권은 허울뿐이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지명 변경 권한의 지방 이양도 중앙정부 차원의 자발적 조치가 아니고 지난해 국회에서 의원 입법 절차를 통해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은 시혜에만 목매지 말고 우리 권한을 되찾아오기 위한 적극적 입법 활동을 펴야 한다. TK 지역민들의 전폭적 지지와 동의를 통해 등장한 윤석열 정부도 지방시대를 국정 과제에 넣은 행정부답게 통 큰 자치·분권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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