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암 걸린 몸으로 암 걸린 어머니 돌봐…앙상한 팔 만지며 눈물 참아

부유했던 어린 시절도 잠시… 부모님 세탁기 공장 망한 후 홀로 창고서 생활
천재성 인정받아 유학까지 갔지만 IMF로 포기…은행 청원경찰로 생계 이어가
결혼 실패 후 사업 전전하다 암 발견…치료비로 다 쓴 돈, 3개월째 병원비 밀려

지난 9일 아버지를 모시고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을 방문한 신명석(가명·50) 씨가 어머니의 얇은 팔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9일 아버지를 모시고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을 방문한 신명석(가명·50) 씨가 어머니의 얇은 팔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한낮에 공장이 멈췄다. 14살 신명석(가명·50) 씨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학교에 다녀왔더니 절삭기의 굉음도, 기름 냄새도, 직원들도 모두 온데간데없었다. 무덤같이 고요한 공장을 뒤로한 채 명석 씨는 2층으로 올라갔다. 운전기사 아저씨, 가정부 아줌마, 그리고 부모님마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양문형 냉장고, 소니 테레비, 천체망원경, 자개장롱만이 빨간 압류딱지가 붙은 채로 명석 씨를 맞이할 뿐이었다.

"명석아, 과제할 교과서만 챙기고 얼른 나와!"

다급한 외침과 함께 들어온 사촌 형의 손에 이끌려 비좁은 방에 도착했다. 상상할 수 있는 시련이라곤 여름방학 숙제뿐이었던, 명석 씨의 아름다운 시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부잣집 천재 외동아들에게 찾아온 시련… 문방구 화장실 옆 창고에서 홀로 생활

아이큐(IQ) 154의 천재였던 명석 씨는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좋아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세탁기 공장은 최고의 놀이터였다. 팩시밀리, 타자기 등 기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다.

우수한 두뇌를 타고난 부잣집 외동아들. 탄탄대로일 줄만 알았던 명석 씨의 삶은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공장이 거듭된 운영난으로 문을 닫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부도 이후 부모님은 빚쟁이들을 피해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혼자 남겨진 명석 씨는 학교 앞 문방구 화장실 옆에 있는 창고에서 생활해야 했다. 부잣집 도련님에서 하루아침에 외톨이가 된 명석 씨. 아버지가 매달 두세 번 밤에 찾아와 주고 가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굶는 게 일상이었다. 점심시간, 다른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을 때 명석 씨는 혼자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문방구에서 외상으로 빵을 먹기도 했지만, 외상값이 만원이 넘어가자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부모님이 돌아오신 건 2학년 2학기 말쯤이었다. 빚을 어느 정도 수습하고 돌아오신 부모님은 외가에서 보태준 돈으로 중국집을 차렸다. 이제야 봄이 오는가 했더니, 겨울은 생각보다 더 길었다. 아버지가 주방에서 일하는 중 넘어져 대퇴부를 크게 다치셨다. 7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는 동안, 아버지는 목부터 발목까지 전신 깁스를 한 채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이때부터 어머니가 홀로 식당을 운영하며 집에서도 아버지 병시중에 각종 부업까지 도맡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고등학생이 된 명석 씨 역시 어머니를 도와 밤껍질 까기, 전기장판에 전선 끼우기 등 일을 거들었다.

상고를 졸업한 명석 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하다 23살에 지역 전문대 전산 관련 학과에 들어갔다. 천재성은 여전했다. 그는 학생 신분으로 교내 전산망 관리를 맡을 정도로 교수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고, 교수가 되어 달라는 학장의 권유로 호주로 유학까지 갔다. 유학 도중 전문대 졸업 절차를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 무렵 어머니의 식당도 너무 어려워져 명석 씨는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친척 소개로 한 은행 지부에서 청원경찰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자신보다 5살 어린 아내를 만났다. 은행 직원이었던 아내는 영어를 잘하는 명석 씨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계기로 친해진 두 사람은 2000년 4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아내가 임신했다. 임신 4개월이라고 했다. 시기가 안 맞았다. 추궁 끝에 아내가 같은 은행 유부남 상사의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알게 됐다. "앞에선 함께 웃으며 결혼을 준비하고, 뒤에선 그 짓거리를 하고 있었구나." 피가 역류하는 듯했다.

◆이제 잘살아 보려는데 느닷없이 찾아온 갑상선암… 어머니는 폐암·대장암

이혼 후 명석 씨는 일에만 매달렸다.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2009년부터 시작한 차량운행기록장치 총판매대리점이 꽤 잘됐다. 더 이상의 시련은 없을 줄 알았다. 그랬던 명석 씨는 이유 없이 체중이 자꾸 줄어 의아해하고 있던 차에 2015년 2월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갑상선암이었다. 식도와 기도 뒤, 인후 옆에서 암 조직이 발견됐다. 1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통해 우선 식도 근처에 있는 암 조직은 제거했지만, 현재까지 기도 뒤편과 인후 옆에 있는 암 조직은 제거하지 못해 호르몬 약을 먹으며 관찰 치료를 받는 중이다. 여기에 척추협착증까지 겹쳐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도 받았으나 예후가 좋지 않아 다리를 저는 등 거동이 불편하다. 허리가 무너지니 목에도 이상이 생겨 최근엔 목디스크도 심해졌다.

자신만 아프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명석 씨의 어머니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하러 가는 길에 넘어져 갈비뼈를 다치셨다. 병원에 가서 CT를 찍으니 폐암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80세 고령의 나이에 몸도 너무 약해 수술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그래서 수술은 포기하고 추적 검사만 받고 있었는데 여기에 지난해 5월 대장암까지 들이닥쳤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대장 대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현재도 후속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수술 이후 몸무게가 37kg까지 빠지는 등 전신이 쇠약해진 어머니는 지난 2월부터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올해로 81세에 접어든 아버지 또한 2018년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2021년까진 휠체어를 타다 이제야 겨우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됐다.

본인 또한 갑상선암 치료와 허리 재수술 등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 없었다. 허리 재수술을 받는다면 재활까지 적어도 1년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데, 그럼 병든 부모님을 보살필 수 없게 된다.

사실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업으로 번 돈은 갑상선암 및 척추협착증 관련으로 다 썼다. 현재 부모님 몫으로 나오는 노령연금 48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 27만원, 명석 씨 앞으로 나오는 수급비 58만원 등 정부보조금 133만원이 세 식구의 한 달 소득 전부다. 하루에 분식집에서 파는 5천500원짜리 찌개 한 끼만 먹으며 돈을 아껴봐도 3개월째 어머니 입원비를 못 내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밀린 입원비를 갚지 못하면 병원에서 쫓겨날 판이다. 궁지에 몰린 명석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임대주택의 보증금 350만원으로 입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집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연고와 간식을 사 들고 어머니가 계신 병원을 찾은 명석 씨. 자신이 굶을지언정 어머니께 쓸 각종 비급여 영양제와 식욕촉진제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건만 어머니는 일주일 전보다 더 야윈 모습이었다. 소매를 걷어 확인한 어머니의 팔은 앙상한 겨울나무 같았다. 말없이 어머니의 팔을 어루만지며, 아들은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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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남편과 이혼한 뒤 모자보호시설·월셋방 전전하다 생활고로 빚 6천만원 힘겹게 상환하며 턱관절내장증 앓고 있는 딸 키우는 윤미소 씨에게 2,101만원 전달

게임중독 남편과 이혼한 뒤 모자보호시설·월셋방을 전전하며 턱관절내장증을 앓고 있는 딸을 키우는 윤미소(매일신문 5월 23일자 10면) 씨에게 2천101만7천59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전시형 10만원 ▷신종욱 2만원 ▷정유진 2만원 ▷안영숙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십 년 떠돌이 생활하다 시작한 사업 실패해 30억원 빚 생기고 대장암 3기 진단까지 받은 이덕호 씨에게 2,461만원 성금

수십 년 떠돌이 생활을 하다 시작한 사업이 실패해 30억원 빚을 지고 대장암 3기 진단까지 받았으나 도움 받을 가족 하나 없는 이덕호(매일신문 5월 30일자 10면) 씨에게 50개 단체, 149명의 독자가 2천461만9천31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100만원 ▷세무법인송정 10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8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6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4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4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2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20만원 ▷광고기획감각(손근찬)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법무사 김태원 2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2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명EFC(권기섭) 10만원 ▷베드로안경원 10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10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10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6만원 ▷청산(우창하) 6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5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5만원 ▷봉산교회(김명묵)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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