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로고 없이 품질로 인정받은 ‘보테가 베네타’

한 줄 한 줄씩 엮었다 로고 없어도 '눈에 딱'
1966년 伊 비첸자 가죽장인이 설립…손으로 엮는 '인트레치아토' 기법
두 명이 이틀 쏟아부어 하나 완성…실용적·심플한 디자인 상류층 환호
1974년 뉴욕 매장 열고 해외 수출…2019년 英 패션협회 '디자이너상'
BTS RM,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젊은 감각 브랜드로 재도약 기대

보테가 베네타 제품의 핸드백
보테가 베네타 제품의 핸드백

우리가 흔히 '명품'으로 생각하는 브랜드 대부분은 제품 디자인에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있다. 하지난 요란하게 반짝거리지 않고도, 커다랗게 로고를 넣지 않고도, 특유의 가죽 직조 기법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만으로 명품의 반열에 오른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가죽 장인이 한땀 한땀 수작업을 통해 만든 제품으로 가죽의 본연의 멋스러움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형되지 않게끔 하는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기법, 즉 하나씩 가죽을 꼬아서 만드는 기법을 통해 지금의 명성을 이어온 브랜드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기법

◆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 가죽 직조기술의 탄생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 베네토 주에 있는 비첸자에서 10대 초반부터 가죽 재단 기술을 배웠던 미켈레 타데이(Michele Taddei)와 렌초 첸자로(Renzo Zengiaro)에 의해 설립된 가죽 전문회사로 시작한 럭셔리 브랜드이다.

이탈리아 비첸자 지역은 예로부터 손기술이 뛰어난 장인들이 많았으며 가죽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장인들이 머리를 땋듯 하나하나 손으로 엮어 만든 '인트레치아토' 가죽 직조 기술도 비첸자 지역 장인들의 기술로 유명하다. 훗날 이 기법은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되었으며 로고가 없이도 품질력과 디자인에 집중한 탁월한 장인정신의 상품력으로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최상급의 고급 가죽 제품 생산을 원칙으로 이탈리아 장인들이 구현하는 수공예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상류층의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탈리아어로 보테가는 물건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의미의 '공방'이라는 뜻과 베네토는 이탈리아의 지명으로 '베네토의 아틀리에'라는 뜻으로 보테가 베네타가 지어졌다.

보테가 베네타 제품의 숄더백
보테가 베네타 제품의 숄더백

◆ 보테가 베네타의 성장 및 위기

1974년 뉴욕 맨해튼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면서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 수출을 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탈리안 스타일의 가죽을 엮어 만든 고급스러운 직물과 샹들리에 등 이국적인 감성의 상품들로 매장을 꾸몄고 당시 전 세계를 여행 다니는 젯셋족(비행기나 크루즈를 이용한 여유로운 스타일의 여행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소수의 장인들에 의해 핸드메이드로 생산되는 제조방식의 한계점에 부딪혀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수작업의 특성상 생산의 속도는 느리고 브랜드의 규모를 성장시키는 것은 힘들었고 소규모 사업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슈즈를 들고 있는 앤디워홀
보테가 베네타의 슈즈를 들고 있는 앤디워홀

◆ 영화 예술계와 보테가 베네타의 관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로렌 휴튼(Lauren Hutton)이 보테가 베네타의 클러치 백을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팝아트 작가 앤디워홀(Andy Warhol)은 보테가 베네타의 인더스트리얼 비디오테이프(Bottega Venetta Industrial Videotape)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등 80년대 영화, 예술분야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큰 성장을 했다.

70년대 광고 캠페인에서 "당신의 이니셜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브랜드의 모토가 되었고 외부와 내부 모두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아름다운 가방을 만들고자 했다.

현재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 학교
현재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 학교 '라 스쿠올라 델라 펠리테리아'

◆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품질 서비스 제공

보테가 베네타는 퀄리티 높은 상품을 제조하기 위해 장인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요소이다. 가죽을 꼬아 만드는 기술은 숙련된 장인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2006년 여름, 가죽공예의 교육지원을 위한 교육기간 '라 스쿠올라 델라 펠리테리아'를 설립하였으며 2013년에는 쾌적한 환경에서의 제작을 위해 새롭게 작업장을 설계하고 건립하였다.

18~25세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고 총 3년의 과정을 거치고 학비는 무료이다. 가방 제작의 전반적인 패턴 메이킹 교육을 받고 보테가 베네타 공장에서 인턴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교육 양성 프로그램은 브랜드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비첸자에 위치한 공방으로 초청하여 상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상품의 설명과 사용법을 알려주어 직접적인 판매의 도움이 되는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 보테가 베네타를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보테가 베네타는 2001년 구찌의 수석디자이너 탐포드의 적극적인 권유로 구찌 그룹(현, 케링 그룹)에 인수되었다. 1957년 독일 포르츠 하임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토마스 마이어(Tomas Maier)를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정하였으며 마이어는 에르메스에서 9년, 소니아 리키엘에서 8년, 레빌론에서 4년을 근무하고 본인의 브랜드도 론칭하였으며 수영복과 니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2002년 그의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카바 백(Cabat Bag)도 이 시기 탄생하였으며 실용적인 스타일에 버클이나 장식, 로고 등을 생략한 심플한 실루엣의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방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 두 명의 장인이 이틀간 작업에 매진해야 하며 시즌에 200개만이 생산된다. 그 외에도 둥글고 작은 형태의 '더 놋(The Knot)' 클러치 백과 향수, 주얼리 등을 선보였다.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 '더 놋(The Knot)' 클러치 백

2015년 15억 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이고 밀레니얼 세대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실적 부진으로 퇴진되었다. 마이어에 이어 새롭게 보테가 베네타를 이어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18년 7월 케링 그룹의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가 직접 선택했다고 알려진 다니엘 리(Daniel Lee)를 임명하였다.

다니엘 리는 영국 센트럴 세인 마틴스를 졸업하였고 메종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셀린느 등의 명품브랜드에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2019년 가을 컬렉션에서 기존의 꼬임보다 넓고 굵은 새로운 형태의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선보인 카세트 백과 파우치 백(일명 만두백)을 선보였고 2019년 영국 패션협회가 주최하는 어워즈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보테가 베네타를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이어(왼) 다니엘 리(오른쪽)
보테가 베네타를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이어(왼) 다니엘 리(오른쪽)

◆ 현재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

1984년 프랑스 파리 출생인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라 깜브르를 졸업하고 라프 시몬스를 시작으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아티자날' 라인과 레디투 웨어 여성복 쇼 라인을 담당했고, 2014년 셀린느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다시 라프시몬스, 켈빈 클라인을 거쳐 2020년 보테가 베네타의 레디투웨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

케링 그룹의 CEO 프랑소와 앙리 피노는 "매우 견고한 기반으로 본인의 디자인 철학을 잘 진행시켜 보테가 베네타 스타일의 창의적인 작업으로 하우스의 유산을 잘 이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이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은 이탈리안 퍼레이드를 주제로 군중의 행렬과 카니발에 주목하였고 고대 로마시대의 역사적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과거의 기법과 현재와 미래를 결합한 창조물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존하였다. 하우스 전통기법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가방들을 선보이면서 레이어드 스타일로 스타일링한 것이 포인트이다.

과거의 기법과 모티프, 창조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존했고, 모델의 역동성과 공간의 정적은 부조화 사이에서 하모니를 이뤘다.

보테가 베네타 2023 겨울 쇼에 참석한 RM.
보테가 베네타 2023 겨울 쇼에 참석한 RM.

◆ 보테가 베네타의 글로벌 새 앰버서더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가한 BTS(방탄소년단)의 RM은 브라운 컬러의 세트의상을 착장하고 나타났으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글로벌 앰버서더도 없었던 보테가 베네타는 세계적인 K-POP 스타 RM을 선정하여 세계시장의 젊은 감각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세기 패션산업에서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은 아직도 보테가 베네타의 초기 생산단계에서 보여줬던 형태(소량의 수작업형태의 제품)의 어려운 제조 생산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과 유통의 확장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또한 보테가 베네타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및 브랜드만의 철학적 요소를 담아내는 것에 그 답이 있는 듯하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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