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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당 160만원?…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기업인 '귀족노역' 논란

1년 간 73억원 상당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하거나 받은 혐의
형법상 노역장 유치기한 최대 3년… 황제·귀족노역 여전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수십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기업인이 벌금 8억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하루를 160만원으로 환산한 기간만큼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지난 2014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 이후 노역장 유치 최소 일수가 법으로 정해졌지만, 최장 유치기간이 3년으로 못 박혀 하루 수백만~수천만원의 노역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다.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특가법상 허위세금계산서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A(51)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8억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32회에 걸쳐 73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금액이 크고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울러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일당을 16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벌금 납부 대신 실질적으로 노역장 유치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2014년 허재호 전 회장이 벌금 254억원을 선고 받고 하루 7시간 일당을 5억원으로 환산한 노역형을 받으면서 '황제노역' 비판이 일었으나 여전히 이에 준하는 '귀족노역' 논란이 여전하다. 이 사건 이후 만들어진 '노역장 유치 세부기준'은 벌금액 구간별로 노역장 유치 기간 하한을 제시하고 있다. 구간 별로 벌금이 1억원 이상~5억원 미만이면 300일 이상, 벌금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벌금 50억원 이상이면 1천일 이상이다.

판사는 이 기준에 맞춰 형법상 노역장 유치를 명할 수 있으나 최대 유치 기한이 3년을 넘지 못해 하루 수백만~수천만원 상당의 노역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기준 최저 시급(9천620원)을 적용한 하루 7시간 일당이 6만7천340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020년 노역장 유치기한을 현행 3년에서 7년으로 대폭 상향하는 형법 일부 개정안도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편 노역장 유치는 징역형의 전과가 남지 않을 뿐 대상자는 해당 기간 동안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생활하며 정해진 노역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외적인 사정으로 노역을 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판사의 판단에 따라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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