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아! 오빠다. 올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니가 우리 곁을 떠나 저 먼 하늘 나라로 갔는데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이 참 빠르구나.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흐르고, 너도 일찍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면 좀 더 잘 해주고, 한번이라도 더보고, 전화라도 한번 더 할 것인데 하는 생각에 오빠는 가슴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
네가 혈액암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 혼자 끙끙 앓았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2년 동안 니가 아프고, 힘들었던 걸 눈치 못 챈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구나.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밥도 맛있게 잘 먹고, 건강한 모습이었기에 그렇게 큰 병에 걸렸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너랑 가끔 전화 통화할때 목소리에 힘이 없길래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지. 오빠의 무심함과 소홀함을 용서해다오.
순복아! 그동안, 너와의 기억을 정리하면서 네가 한 말 중에 "오빠~ 서문시장 한번 가보고 싶어", "오빠~ 나도 중학교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걸", "오빠~ 하모니카는 어떻게 배워?" 이 세 마디가 지금도 내 가슴을 찌른다. 아마 이 세 말은 내가 죽을 때까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나는 10살, 너는 8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너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집안은 어렵고, 결국 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5살 어린 나이에 가족과 고향집을 떠나 대구로 돈을 벌러 가야만 했지. 그렇게 15년을 대구에서 일 하면서 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오빠인 내 학비도 보태고, 평생을 엄마랑, 나랑, 은경이랑, 교회밖에 모르고 살았지.
대구에서 일하던 때 그나마 유일한 낙이 쉬는날 서문시장 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군것질 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병석에 누웠을 때 "오빠~서문시장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나 보구나. 너 살아있을 때 엄마와 널 대구로 오라해서 서문시장도 가보고, 대구 지상철도 타보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옛날 추억도 이야기 했었어야 했는데 이젠 그렇게 할 수 없게 됐구나. 오빠가 너한테 왜 그렇게 무심하고, 소홀했는지 정말 한이 맺힌다.
순복아! 니가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를 합격했다는 말은 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았다. 얼마나 많이 힘들고 고생했니? 그래서 생전에 나한테 "오빠~ 나도 중학교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걸" 했었구나. 네가 내 학비도 보태주고 한 덕분에 나는 공무원 생활이라도 할수 있었는데 나는 너한테 뭐라도 해준것이 없었구나. 니가 그동안 고생하면서 도와준것을 직접 너한테 말은 한번도 말 못했지만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살아 있을 때 너랑 애기도 많이 못해보고, 입원해 있을때 간병 한번 못한것이 이 못난 오빠는 한이 맺히고, 눈물이 난다.
순복아! 더 안타까운 건 이제 니 아들, 딸, 둘다 공무원이 되어 좀 살아 볼만하고, 결혼도 한명 못했는데 니가 이렇게 세상을 떠났구나. "오빠~하모니카 어떻게 불어?"라고 물어볼 때는 자식들도 다 취직하고 홀로 남아있을 때 외롭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고 싶어서 나한테 물어 보았을 것인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일찍 챙겨 봤다면 병도 극복하고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순복아! 오빠는 혼자 산행 갈때나 혼자 있을때는 니 생각이 많이난다. 산행중에 산길에서 다람쥐가 앞을 왔다갔다 하고, 나무에서 산새가 울때는 마치 니가 환생해서 "오빠 나여~"하고 꼭 부르는 것 같아, 나도 순복이야~ 하고 속으로 불러 본단다. 그러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하늘 한 번 바라보고, 나무 한번 쳐다 보면서 순복아 거기서는 고생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하고 허공에다 속으로 말하곤 한다.
항상 네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제대로 보답해 주지 못한 채 떠나버린 너..엄마와 나와 은경이만 생각하면서 고생한 너..네 어린 시절 대구에서 남원까지 버스만 세 번을 갈아타고 가방하나 둘러맨 채 "엄마~"라고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는 더 이상 그 모습 볼 수가 없구나. 이제는 "엄마가 해준것은 뭐든지 다 맛있어" 하면서 음식도 맛있게 먹는 모습도 볼수가 없고, "은경아 니가 준것은 뭐든지 다 좋아"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구나. 그래서 화장할때도 은경이가 준 목도리를 하고 갔구나.
순복아, 너는 아마 교회에 열심히 다닌 신실함 때문에라도 천당에 가 있을 것 같구나. 그 곳에서 살아 생전 누리지 못한 것 많이 누리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돌아가신 할머니, 아버지, 작은아버지, 꼬마도 거기서 만나 봤겠지? 내가 갈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라, 지금도 니가 너무 보고싶고, 너무 그립구나, 순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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