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인다, 재운다, 씻긴다, 놀아준다, 먹인다, 재운다, 놀아준다, 씻긴다, 먹인다….
강산이 몇 번 변하는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온 '무한 반복' 육아의 굴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변함 없을 육아 패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요즘 부모들은 이왕 하는 거, 좀 더 똑똑하고 재미 있게 아이를 키워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슬기로운 MZ 육아 생활,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한다.
◆엄마는 조동만남, 아빠는 당근만남
A 씨는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랜만에 '조동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 엄마 5명과 아이들이 함께 빌린 '워터룸'에서 만나기로 했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수다 떨며 그간 쌓인 육아 스트레스를 실컷 풀리라! 다음달에 애들 옷 맞춰입고 찍기로 한 '조동 우정촬영' 컨셉도 정해야지.
같은 시간, 남편 B 씨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렌다. 그 때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온 남성. "당근이세요?" 매의 눈으로 유아용 카시트의 상태를 빠르게 스캔하고 송금까지 완료했다. '아빠의 알뜰살뜰 능력치가 50 상승했습니다.' 짧고도 알찬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 뿌듯해!
빨랫 방망이에 육아 스트레스를 한껏 담아 빨래를 내려치던 시대가 있었다. 멀쩡한 이불을 괜히 고무통에 집어넣고 지근지근 밟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 요즘은? "육아 스트레스는 조동모임 가서 수다로 푸는 게 육룰(육아 룰)이죠."
조동(조리원 동기)모임은 조리원에 비슷한 시기에 입소한 엄마들의 모임을 말한다.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고 수유하며 육아 전쟁을 치른 엄마들끼리의 유대감은 군대 동기 못지 않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조동모임의 엄마들은 서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보며 발육 상태를 체크하고 육아 방식이나 정보를 공유한다.
아이들을 함께 케어하며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보니, 조동모임 장소로는 프라이빗한 키즈카페, 키즈풀(워터룸)이 대세. 4~5시간 혹은 종일 대여해 시간을 보낸다.
조동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우정 촬영'. 엄마들의 우정 촬영이 아니라, 아기들의 우정 촬영이다. '조동모임룩'으로 색색의 옷을 맞춰입힌 뒤 바닥에 머리를 맞대고 둥그렇게 눕히거나, 나란히 앉혀 사진을 찍는다.
장은경(35) 씨는 "아이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은데,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기념사진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육아 준비부터 실전까지, 빠지지 않는 과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육아템(육아+아이템) 중고거래. 대부분 사용 시기가 짧은 물품들이 거래되는데, 모빌이나 신생아 욕조, 신생아 아기띠 등이 대표적이다.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하면 쓰기 힘들다는 '바운서'나 수유 기간 이후에는 쓰지 않는 수유템들도 중고거래 시장에서 인기라고.
"아기들이 입으로 물거나 빠는 장난감, 치발기, 젖병 등은 아무래도 찝찝해서, 중고거래 앱에 많이 올라와도 잘 안사게되는 것 같아요. 또 카시트나 유모차는 중고 가격도 비싸서 잘 건져야해요. 인기 많은 제품은 '키워드 알림' 설정을 해놓고 물품이 올라오면 바로 채팅 신청을 합니다."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지운(36) 씨의 말이다.
◆혼자서도 잘해요! 자기주도 육아법
"우리 공주 밥먹자~" 8개월 여자아이를 둔 C씨. 식사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아이를 식탁 옆 유아의자에 앉히고 턱받이를 둘러준 뒤, 앞에 식판을 놓아준다. 오늘의 식단은 아보카도소고기볼과 찐배추, 찐당근, 방울토마토. 손에 스푼을 쥐어줬지만 곧 내팽겨치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기 시작하는 우리 공주. '밥의 3분의 1은 먹고 3분의 1은 흘리고 3분의 1은 던지는' 긴 인내의 시간 끝에 식사가 끝났다. 너 언제 왔냐? 강아지 초코가 옆에 다가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아이가 흘린 밥이 사라졌다. 초코, 너가 밥 주워먹었지!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주면 쉽고 빨리 식사를 할텐데 왜 굳이 저러느냐고? 다 이유가 있다. 요즘 뜨는 '자기주도이유식'은 아이가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식사 방법이다. 이르면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하는데 가만히 앉아 음식에 호기심을 가지며 먹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떠먹여주길 원하는 경우가 있는 등 아이의 발달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차이가 있다.
엄마들이 음식을 먹든, 던지든 이 방식을 고수하는 건 말 그대로 자기주도 습관을 기르기 위함이다. 자율적으로 먹으며 음식에 흥미를 갖고, 음식을 만지거나 씹는 데에 자극을 줄 수 있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게 자기주도이유식의 장점으로 꼽힌다.
'수면교육'도 엄마들의 도전 리스트 중 하나다. 우리 어릴 때 엄마들은 아이가 울 때마다 들어안아 토닥여줬다. 또 밤에 잠 안자고 우는 애기들을 포대기에 둘러업고 마실 나오면 애기들은 귀뚜라미 우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를 ASMR 삼아 잠들었더랬다.
이와 달리 수면교육은 아기가 혼자서 스스로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때문에 아기가 울어도 혼자 두기도 한다. 퍼버법이라고 불리는 이 수면교육은 우는 아기를 중간중간 달래주되, 달래주는 시간 간격을 넓혀가며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똑똑한 요즘 부모들은 스마트폰 앱도 적극 활용한다. '베이비타임'과 같은 육아 관련 기록 앱을 통해 수면 시간뿐만 아니라 식사량, 약 먹는 시간 등을 철저히 기록하며 관리하는 것.
앱 기록을 빠뜨렸는데, 언제 밥 먹였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고? 집 곳곳에 설치한 '베이비캠'을 돌려보면 되지. 베이비캠은 방에 아기를 재운 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할 때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꿀템으로 꼽힌다.
반려동물 가구 500만 시대, '애개육아', '애묘육아' 가정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존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던 부부가 출산을 하면서 아기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다. 애만 키우는 것도, 개만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둘을 한꺼번에? 그래서인지 애개육아, 애묘육아 가정들은 한 집에 반려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 노하우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어때. 이번 기사에 제시된 사례들은 분명 육아의 아주 일부만을 보여주는 단면일테지만, 현명하고 알뜰하게, 또 즐겁게 나름의 방식대로 험난한 육아의 길을 헤쳐나가는 요즘 부모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결론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대단하다. 오늘도 빠른 육퇴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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